정치놀이

by 배상근

용어의 의미만으로 보면 보수는 사회에서 기존에 정립된 가치를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고, 진보는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보다 중요하게 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치는 권력의 분배이고, 이를 통해 어떤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서 사회 발전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우리나라처럼 지역으로 갈라진 상황에서는 지역별 경쟁을 유도하여 권력이나 자원의 분배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데, 단지 권력을 사용하는 방법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떤 행동을 통해 변화나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 삶의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일들과 비슷할 것인데, 중요한 가치를 지키는 일이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나 새로운 행동을 하게 되면 여러 집단의 반대가 나타난다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권력이나 자원의 분배는 성과를 위해 집단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매우 단순하게 보면 보수적인 정당에서는 지역별 경쟁을 유도하기도 하고, 진보적인 정당에서는 특정한 영역에서 집단별로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책 시행 과정에서 권력이나 자원 분배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결과는 없을 것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못하면 기존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측면도 동일하다. 때로 과거 지역별 경쟁을 유도했던 보수 정당의 방식을 무식하다고 욕하는 사람이 있지만, 외국에서 이미 이론적으로 방법이 완성되어 있는 일들을 가져와서 빠른 시간 내에 적용하기 위해 경쟁을 유도한 것을 비합리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수준의 빠른 변화로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출산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전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사회의 불가피한 변화에 대한 공동체의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에서 보수적인 방식이 더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보 정당도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사회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지만,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집단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면 변화는 고사하고 비합리적으로 공동체를 파괴하기만 할 수도 있다. 정치는 집단적으로 권력이나 자원을 분배하게 되지만, 행동 변화는 개인이 스스로 하는 것이라 이를 직접적으로 유도할 수 없다. 직장의 일에 참여하여 일정한 기능을 익히게 할 수는 있으나 성과가 드러날 수 있는 일 외에는 그 과정에서 개인이 스스로 행동을 변화하고 혁신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진보적인 변화를 나타나게 하려면 정치인이든 교수든 시민단체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움직임들을 이론적으로 분명하게 설명하면서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권력이나 자원 분배를 통해 집단적인 방식으로 경쟁이 되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개인의 자율적인 행동 의지를 막기만 할 수도 있다. 지난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 등 어중간한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세부적인 정책 내용보다 정책의 시행 과정의 집단적인 방식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동 변화를 가로막는 방향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쳐서 언론에서 이미 해결방법이 다 정립되어 있지만 시행이 안되는 보건이나 안전 관련 문제들을 연이어 보도하는 것은 정치권의 행동을 보고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이론적인 해결책은 정립되어 있는 문제들이었고, 이런 일을 기반으로 정치적인 경쟁이 생기면 쓸데없는 일에 자원만 낭비하면서 공동체만 무너진다. 이런 일로는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도 못하고 사회에 수용되지도 않는다.

현실의 정치 과정에서 이런 일을 구분하기는 힘들고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겠는데, 결국은 행동에서 사람의 인식과 능력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지금의 야당이나 여당은 변화를 유도할 만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에서 아무리 탄핵이나 반대를 해도, 제대로 하는 일도 없는 언론이나 장악하려 하고 기본적인 삼권 분립이나 위협하는 식의 행동을 하는 것은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여당에서 겁낼 이유도 없다. 오히려 저런 행동을 핑계로 검사 출신인 현 대통령이 법 질서를 세우는 행동을 할수록 다른 곳에서 성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여당에서 무엇인가를 뚜렷하게 시도하는 것도 아닌데, IT 기술 발전으로 나타나는 개인정보 보호, 소상공인 피해, 우버와 같은 기존 제도를 위협할 만한 서비스의 수용 등 여러 문제들을 법에서 다루고 있지도 않고, 이번 티몬, 위메프 사태에서 보듯이 인터넷 상거래에서의 문제가 생기는 일들도 제대로 처벌하고 있지도 않다. 사회 변화에 제대로 대응못하는 일이 어디 저것만 있겠냐만은, 요즘처럼 문제가 터져나오는 시기에 참 한가하다. 수사나 재판이나 질질끌면서 아무 내용도 없는 일들로 자기네들끼리 서로 비판하고 난리인데, 누가 관심이나 가질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로 공공질서가 무너진 일들은 어느정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결국 누가 먼저 일을 시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지금은 정치권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행동을 보고있으면 철없는 애들이 정치로 연예인 놀이를 하는 것 같다. 권력을 사용하는 일이 그리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되기 힘들텐데, 어설프기 짝이 없는 언론에 질질 끌려가고 댓글이나 문자 테러도 무시하지 못할 거 같으면 고마 딴 일 찾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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