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함께 발전하기 마련이다
세상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해결하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경우는 없다. 예전에는 손으로 바느질을 하면서 옷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기계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손으로 만든 옷이 고급 제품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국가에 따라 여러 방법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 소재에서 기술이 차이를 만들어 내기 어려워 보이지만, 여전히 기술 개발도 하고 있고, 디자인같은 다른 측면에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의료기술의 발전도 결과에 따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일부 희귀질환에서의 치료기술 발전을 제외하면 더이상 나타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내시경도 자면서 하고, 개복수술 대신에 복강경으로, 로봇으로 하거나 혈관 시술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과거와 같이 급격하게 기술 발전이 나타나는 시대는 아니다. 게다가 질병의 발생은 많은 부분이 우연이고, 급성기 치료 이후에는 환자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료기술은 발전되고 있고, 이와 함께 병원의 경영기법이나 국가 건강보험을 포함한 관련 제도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방법은 많은데 아무것도 안한다
근래에 기피분야나 지역의료에서의 의사 부족 문제가 점점 악화되어 왔지만, 결국 절대적인 수의 부족보다는 상대적인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다. 문제의 주요 원인은 병상 제한을 하는 등으로 기본적인 통제제도를 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료 기술의 차이가 별로 없는데도 서울 대형병원의 경영 기법에 의한 규모 확대나, 의료광고에 의한 수익창출이 지나치게 정당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의료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거대하게 형성된 의료 시장을 없앨 수도 없고, 결국은 생명을 다루는 주요 과목을 전공해도, 시골에서 일해도 보람을 가지고 할 만한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지금처럼 일부 분야의 인력부족과 의료시장에서 수익이 되는 분야가 과도하게 발전한 것이 공존하는 상황에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한가지 방법만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규모 의대정원 증원을 내세운 정부정책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통제 제도는 없이 인력증원과 재정 투자만 내세우고 있다. 인력을 한번에 2000명을 증원할 정도이면, 반드시 수도권 병상 통제와 건강보험 재정 분리 수준으로 철저한 제도 개혁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시장의 힘에 의해 수익이 되는 분야나, 수도권으로 인력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현재 기피 분야나 지역에서의 절대적 인력 부족을 감안하여 500-1000명 정도로 늘렸으면, 지역별 병상 제한과 함께 지역병원에 대한 재정 투자와 함께 지역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2000명을 늘리면서 강력한 통제 제도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것보다는 500-1000명 정도를 증원하면서 병상 제한 등의 기본적 제도 도입과 함께 재정 투자로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통제 제도를 강하게 시행하면 진료권별 여러 문제들에 병의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한 의대증원 수로 논쟁을 붙이고, 대규모 재정 투자를 약속하니 서울 대형병원들과 전문 분야별로 온갖 언론 기사를 내면서 논란만 만들어내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어느정도 의료체계 내에서 질서가 잡혀있어서, 최소한 의학적 지식에 어긋나는 얘기들은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웠다. 법이나 제도를 기반으로 필요한 일에 적절히 재정만 배분하면, 일이야 개인이 하기 나름이었다. 그런데 위기 상황이 나타나고 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서 비판을 받으니, 지식이 아니라 일반 상식에도 어긋나는 얘기들로 끝없이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번에 의료 제도 개선에 정치권이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 것은 여러가지 문제들이 누적되어 있던 의료체계의 운영 방향을 전환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현실은 세부적인 문제로 논쟁거리를 만들어 싸움을 붙여놓고는, 약속받은 예산으로 정치놀이나 하고 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할 거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지, 대규모 투자가 약속되어 있어도 지식자랑은 열심히 하는데 필요한 행동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로 국가 재정을 공짜로 이용하는 법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기피분야나 지역의료는 돈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병상 제한 등의 제도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일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바뀌니 무능이 드러나는 것 뿐이다
서울 대형병원들이 지방 환자들을 유치하여 경영기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의료기술 발전으로 고가의 의료서비스가 늘어나니, 민간과 공공의 대결구도로 만들어 공공 부문의 예산을 확보하고 정당화하기도 했다. 이는 공공 분야를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가운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의사들의 공공 부문에 대한 반감을 키우면서 악순환을 가져와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차츰 의료자원 분포의 차이로 지역 의료격차가 생기니 지역에서도 서울처럼 병원의 규모를 키워야 좋은 병원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지역으로 의사들이 간다는 얘기도 한다. 어디에나 경쟁이 많을수록 잘 발전할 것인데 의원은 지역 내에서 수가 많아지면 경쟁이 생겨 지역의 전반적인 의료 질도 좋아지지만, 병원은 불필요하게 규모가 큰 병원이 생긴다고 해서 이것이 경쟁을 심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좋은 지역병원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규모만 키운다고 해서 지역 내 의료 질이 상승하는 것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로는 별 이유 없는 논쟁거리를 만들어 정치싸움에 써먹는 것이 일상인데, 예전부터 논쟁거리로 정치권에 봉사하면서 자신들의 권력과 이권을 추구한 것은 달라진 것이 아니다. 코로나 시기와 함께 이번 의대정원 증원을 내세우면서 싸움을 붙인 것은 말그대로 의료개혁을 놓친 것인데, 이런 방식으로 현실 문제를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세부적인 요소로 논쟁을 만들어 예산을 따내고 이를 집행한다고 해서 현실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가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원칙을 지켜가면서 모르게 했고, 이후로는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지켜봤으면 저런 행동을 막는 것이 기피분야나 지역의료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권력이든 기업의 자본이든 현실 문제를 다루면서 필요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경쟁해서 얻는 것이다. 위기 상황이 되어서 기존의 방식이 전혀 효과가 없는데도 끝없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면 이를 무능하다고 한다. 하는 일이 없이 쓸데없는 문제로 싸움만 벌이는 것은 지위가 높든 지식이 많든 무능하기 때문이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나 이번 의대정원 증원이나 중요한 상황이 되니, 이런 시기에 사람들의 능력이 드러나고 있는 것 뿐이다. 아직도 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 아직도 지들이 잘났다고 정치놀이나 하고 있어서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문의 중심병원은 필요한 일이기는 한데, 저것으로 전공의 사직과 학생들의 휴학을 정당화할 정도로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쓸데없는 일로 돈 낭비하고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더이상 할 거 없으면 빨리 끝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