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동네의 집단 코미디

by 배상근

방송이나 신문에 의사들이 나와서 의학지식을 얘기하는 것인지, 소속 병원이나 제약회사의 홍보를 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코로나를 지나간 이후에는 정치경제적 이득을 위해 노골적으로 의학지식도 무시하는 것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의학지식을 얘기하면서 자신이나 소속된 집단의 홍보를 하는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방송에 나와서 얘기하는 의사들이 인구집단의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여러가지 말들이 너무나 많지만,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이야기로 신체활동에 대해 말하면서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보건학적 관점에서 일반 성인에 대해 땀에 약간 날 정도의 중강도로 일주일에 최소 150분 정도의 신체활동을 하는 것을 권고하는데, 이는 건강상의 이득이 근거로 정립되어 있기도 하지만, 신체활동이 부족한 인구집단에서 쉽게 시작하면서 효과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인구집단의 신체활동 기준은 운동의 효과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준이 아니고, 운동의 효과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얘기해줄 필요도 없다.

코로나 시기에 중국을 막느냐, 3T를 하느냐를 이야기하지 않고 코로나는 감기라는 이야기를 하면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듯이, 일반 인구집단의 신체활동 기준을 얘기하고 다니면 무시당하거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인구집단에 대한 의사소통은 상세한 얘기가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메시지로 전해질 수밖에 없고, 행동 변화의 관점에서도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건강상의 효과를 느끼면서 운동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준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구집단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방송에 나와서 복잡한 의학 지식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는 감기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인데, 우리가 4년 동안 열심히 상황을 관리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과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다. 유명한 전문가가 아무리 명확한 근거를 이야기하고 전문 지식을 잘 설명하더라도, 인구집단의 관점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데, 보건학적 관점에서 행동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감염 관리는 불가피하게 보건학적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업무이고, 기본적인 행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일인데, 굳이 감염관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업무에서 이런 일들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유명 방송사에서 영양제에 대한 비판 영상을 보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영양제를 많이 복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의료체계가 정상화되어 진료과정에서 환자들이 질병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되지 않으면, 이슈화된다고 해서 효과가 크기 어렵다. 전공의가 나간 이후에 응급의료를 아무리 이슈화시키고 재정 지원을 늘리더라도, 의료체계 전반이 개선되어 환자들의 의료이용 행태가 달라지지 않으면 응급실 과밀화는 개선되지 않는 것과 같다. 병상제한을 하거나, 건강보험 재정 관리 방법을 개선하여, 문제가 나타나고 해결되는 단위인 진료권별로 자율성을 가질 수 있게 하지 않는 이상, 자기네들끼리 치고받으면서 권력과 돈을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봤자 달라지는 것은 조금도 없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있는 정치권의 상황에 맞게, 선거때마다 공공과 민간으로 나누어서 벌이는 코미디같은 정치 싸움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보통은 예산을 따내기위한 홍보 정도로 봐주면서 최종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되면 이를 통해 따낸 국가 재정으로 무마시키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4년을 끌고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으로 의료계는 1년을 그대로 날려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대규모 재정을 준다고해서 대충 무마될 수가 없다. 이번에도 하는 일이 조금도 없는 정치싸움이나 벌이면서 마무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출산율이 0.5 수준인 것은 저런 방식으로 집단의 변화나 혁신을 미루면서 희생양이나 만들어서 넘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저런 일이 무슨 경쟁인 줄 아는 모양인데,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집단 코미디에 가깝다.

아무것도 효과가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권력이나 돈이 만들어내는 현상들이 참으로 지독하다.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대생이 휴학했듯이, 이미 더 나빠질 것도 없는데 행동은 변하는 것이 전혀 없다. 자기네들은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지역의료나 필수의료 당사자들이 보기에는 의료개혁이라 써붙이고 개혁을 막는 것으로 보일 거 같다. 마지막에 어찌 정리하는지 지켜보면 되겠다.

가만히 놔두면 되겠다. 스스로 망해갈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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