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정치하는 바보들이 서로 자랑하면서 싸운다

by 배상근

처음부터 이번 의대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정책은 의료개혁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제도 변화없이 의사 인력 증원과 배분에 따른 지역별 불균형 개선, 대규모 재정 투자에 의해 진료권 및 대학별 경쟁을 새롭게 재편하는 정도의 정책이었다. 서울 대형병원과 지역 주요 대학병원의 의료기술 차이가 거의 없지만,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서의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간에 의대정원 증원을 통해 지역 위주로 인력을 배분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면서 재정 투자를 통해 인식을 개선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 대형병원의 지나친 병상 확대와 인구집단의 의료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의료체계의 전문화, 영리화에 의한 이익 추구 행위를 전환하지 못하면, 필수 인력은 어느정도 확충될지 몰라도 이를 개혁이라 얘기할 수는 없다.

소송 위험과 격무에 시달리는 기피분야와 지역에 일하는 의사가 부족한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은 진료권별 병상제한과 같이 지나친 자원 투자를 제한하는 직접적인 제도를 도입하거나, 지역 문제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앙 정부의 권한을 어느정도 넘기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은 오랜기간의 논쟁에 의해 기피분야나 지역의료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의지가 있는 병의원이 있다면 어디에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기는 했다.

서울 대형병원들은 전공의나 학생들을 앞세워 집단 논쟁을 일으켰지만, 지금까지도 핵심적인 해결방법은 한번도 얘기한 적이 없다. 애초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정책을 막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오로지 중요한 것은 지역병원보다 자신들이 더 낫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 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행동방법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정치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늘 그래왔던 것 뿐인데, 이번에는 전공의나 학생들을 앞세우는 등으로 수단, 방법을 전혀 가리지 않고 있는 등으로 조금 더 심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정책을 추진한 정부나 정책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의 무능이 이 사태를 지금까지 끌고 온 주요 원인이다. 처음부터 직접적인 제도 개혁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면 광범위한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썼어야 했고, 반대가 생길 것을 감안하더라도 조금 더 온건하게 정책을 추진했어야 한다. 병상제한 등의 직접적인 제도 개혁을 추진할 것이었으면 지금과 같이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해도 별 상관이 없을 것이나, 지금처럼 지역별 경쟁을 시키려는 의도라면 명확하게 의도를 얘기했어야 한다. 직접적인 제도 도입이 없는 한, 과거처럼 언론 홍보와 병원 경영기법에 의해 자신들의 위치를 유지하려는 서울 대형병원들은 끊임없이 내용도 없는 논쟁을 만들고 다닐 것인데, 지금까지 그들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대생이 휴학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의도가 설명되지도 않고 서로 싸움이나 만들고 다니는 상황에서 새로운 움직임이나 변화가 나타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동의를 얻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의료개혁이라 써붙이고 논쟁을 벌이면서 추진할 것이었으면 병상제한 등의 직접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나타나는 서울 대형병원들의 행동이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의료체계에 변화가 나타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도대체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를 막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정책을 대놓고 밀어붙인 대통령 외에 보건복지부나 정책 전문가 집단, 서울 대형병원 등은 말그대로 웰빙정치를 하면서 논쟁만 만들고 다니고 있다. 언론 기사를 통해 나타나는 얘기만으로는 전문가 집단이 어떤 의견을 얘기하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저들은 직접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움직임을 유도하여 의료체계 전반의 개선을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의를 구하려는 행동은 없고, 자신들이 옳다고 하면서 세부적인 문제들로 논쟁을 만들면서 정책의 정당성을 얘기하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들은 여기에 맞추어 모든 문제에서 자신들이 잘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의료체계에서 세부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저런 논쟁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고, 권력과 이권에 의한 집단 논쟁이 커질수록 새로운 움직임을 막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전공의나 학생들이 나가든지 말든지 저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보니,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들이 서로 잘났다고 자랑을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 집단 중 일부는 이런 상황을 잘 써먹는 거 같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이라 이름붙이고 세부 내용에서 논쟁거리를 언론과 정치권에 만들어주면서 모든 일을 다한 듯이 얘기하고 있다. 연금개혁이라 이름붙인 제도도 핵심적인 내용은 얘기하지 않고 세대별 차등적용을 얘기하면서 논쟁거리만 만들어주던데, 이런 행동을 보고 있으면 코로나 시절이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코로나가 감기라 얘기는 못하면서, 정치권에 논쟁거리나 던져주면서 생존하려 하는 것이다. 의대교육 5년으로 줄이겠다는 소리는 하도 코미디같아서 언급할 가치도 없다. 개혁이라 얘기하고 논쟁을 벌이려면 직접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그런 게 아니면 분명하게 의도를 밝혀야 의료체계에서 세부적인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다. 이정도 행동도 못하면 그냥 조용히 물러나는 게 나을 것이다. 원래 저들의 능력이 그런 것인지, 코로나 시기에 헛바람이 들어가서 퇴보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다지 기대도 없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어쨌거나 요새 저런 일에 휘말릴 일이 없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그런데 저런 것을 그대로 받아서 해결방안은 얘기하지 않고 논쟁에 참여해서 싸우는 정치인도 있는데, 요즘 이동네나 저동네나 하는 것 없이 팬덤정치가 유행인데, 너도나도 짜고치는 고스톱에 웰빙정치가 활개치는 것이 우연이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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