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변화도 때로 우연처럼 나타나

by 배상근

지식과 실천

어떤 시스템 이론에서는 지식을 자원의 하나처럼 보기도 하지만,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연결되어 있고, 사람은 자기가 알고 믿는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이런 내용은 종교를 포함하여 어디에서나 나오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이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다.

기초 학문은 독립적인 방법론이 명확해야 하지만, 응용학문은 이와 더불어 현실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행동의 당위성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방법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변화을 일으키는 방법은 대부분 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 알면서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도, 이야기도, 단체 구호도 외친다. 개인은 스스로 일이든 취미생활이든 명상이든 자신의 생활에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어디에서나 변화가 나타나는 순간에 나타나는 일은 비슷하기 마련이다.


어디에나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예전 농구를 하던 시절에 우리가 배워야 할 거는 여자농구라고 한 적이 있다. 선수도 아니고 운동량이 많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 수준의 기술과 운동 능력으로 경기에서 최고로 나올 수 있는 모습은 여자 프로농구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농구는 운동 능력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크게 달라지는데, 운동 능력이 필요한 어려운 기술을 할 줄 아는 것이 경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것만 잘해도 얼마든지 경기를 잘할 수 있다. 특히 팀으로 하는 경기는 개성이 다른 여러 선수들이 모여있는 팀이 더 강하다. 지금도 기본적인 움직임이나 기술에서 변연하보다 나은 선수를 별로 본 적이 없다. 몸도 기술도 안되는데 무리해서 헛짓을 하면 경기는 엉망이 되고, 부상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요즘은 여자들도 풋살같은 단체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기력은 기초 체력에서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동호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선수출신보다 잘하기 어려운데, 보이지 않는 기본기에서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들은 선수처럼 운동을 했던 시절이 있을 수 있지만, 경기력은 그 시절에 늘었던 것이 전부다. 어려운 기술도 기초 체력과 기본기를 익히면서 저절로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은 되지도 않고, 가끔씩 하면서 현상유지나 하면 다행이다.

건강상담을 해보면, 질병이 많고 생활습관에 문제가 많은 사람도 어렵지만, 큰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질병 위험에 대한 인식이나 생활습관 변화 필요성이나 방법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일단 자신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들으려 하지도 않거니와, 누구에게나 행동 변화는 어려운데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운동을 많이 했었던 사람에게 생활 속 운동을 얘기하는 것도 이런 경우인데, 일로 바쁘면 일단 생활에서 신체활동량을 늘려서 변화에 대한 효능감을 올려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를 수는 있겠으나 반복적으로 익히기가 용이하고 효과를 느끼면 다른 운동도 찾아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운동을 많이 했던 생활과 현재의 생활은 별개이고, 상대적으로 쉬워보여도 다른 방법을 익히면서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은 변화이고, 이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면서 익히는 것이 전반적인 생활 습관들이 바뀌는 첫걸음이 될 수 있는데, 누구나 변화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거는 재미없어서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이가 50이 넘어서 다치면서도 선수처럼 운동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디에서나 여러가지 다른 문제들이 있다.

직장에서는 일의 종류에 따라 고유한 문화가 형성되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집단의 변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아마도 건설업 근로자와 건물 시설 관리를 하는 근로자에게 필요한 기술의 종류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건설업에서 일하려면 어려운 기술들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건물 시설관리에서 하는 일들이 상대적으로 쉬워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매우 단순하게 보더라도, 건설업과 건물 시설관리에서 동일한 업무에 대한 교육을 하더라도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업무가 아닌 자동차 조립 회사를 생각하면 회사 문화 자체가 다를 것이다. 상대적으로 위험하고 어려운 업무가 많은 건설업과 제품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동차 회사와는 일의 특성에서 문화가 다르게 형성된다. 그러나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추구하는 핵심 가치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고, 이를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나면 다른 부분들도 여기에 맞추어 조정이 되게 된다. 개인보다 집단이 변화하는 것이 더 어려운데, 상이한 가치를 추구하는 여러 조직에 속한 사람들에게 변화 필요성을 얘기한다고해서 모든 사람이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으면 신경쓰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 작은 변화들이 인정받기 시작하면 조직 내에서도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집단의 변화도 때로 우연처럼 나타나

가장 단순한 집단 변화는 감염 유행시 찾아볼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생기는 집단 감염에서 공포심이 나타나게 마련인데, 이를 안내하는 것은 집단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단순한 업무로 볼 수 있다. 감염 유행을 관리하는 것이 집단적인 일을 익히는 경험이 되는데, 피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 정신없이 하다보면 시간이 지나 끝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무 심하게 공포심에 질려있기도, 때로는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면서 그냥 대충 넘어가려 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인 부분을 지키면서 하다보면 넘어가기 마련이다. 코로나처럼 원칙적인 부분이 일시적으로 무너져도, 공포심은 시간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고 관리 방법을 익히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해야하는 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무려 4년을 넘게 끌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저 멍청한 행동을 다시 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제약회사와 방역산업이 연합해서 공포마케팅을 전 사회에 유행처럼 퍼뜨렸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시기의 종료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시기에 중국을 막아야 한다거나 3T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얘기는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 맞추어 한 얘기로 볼 수 있으나, 초기 대구 위기상황을 제외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는 정치적 권력 추구 행위이지, 감염 유행시 집단 변화를 안내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멀리있는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해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조직에서 사람들을 안내하는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 있는 집단의 감염 유행 상황은 불가피하게 집단 변화를 위한 행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감염 유행 상황에 대해 안내를 해야 하고, 위기 상황에서 개인이나 조직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변화나 혁신은 때로 우연히 기회가 되면 나타나는 것이고, 이전에 준비해 두었던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여러가지 노력들이 모여서 겨우 오미크론 이후에 방향을 전환한 것이 우리나라 보건의료계의 수준이다.

때로 집단적인 변화 상황에서 행동하면서 비난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고,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에 상품 팔듯이 정치 의제를 꾸며대는 것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행동을 할 줄 모르는 것이다. 3T를 할 것이냐, 중국을 할 것이냐라고 하면서 막아야 한다는 얘기만 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여러 행동들이 집단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 어차피 급성기 질환은 증상이 악화되면 환자가 오게 되어있는데, 병상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있으면 병원에 오라고 안내를 하기도 하고, 개인별 치료제를 홍보하기도 했는데, 마찬가지로 공포심이나 자극할 뿐, 안하는 게 나은 일이었다. 원래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라도 행동을 하면 비난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끝나보면 아는데, 자신들이 논리적으로 행동을 하여 종료를 시킨 것이 아니라 모르는 거 같기는 하다.

이번 의대정원 증원을 내세운 의료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의대정원 증원 2000명을 내세우고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대규모 재정투입을 얘기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쪽은 무조건적인 증원 반대만을 내세운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얘기한 것 뿐만이 아니라 1년 간의 전공의 수련과 의대 교육을 정지한 것을 불사하면서 정치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도 의사 단체도 여러 사람들의 반대가 나올 만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본래 정치적, 경제적 지원은 행동 변화와 별 관계가 없고,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줄 수는 있어도 개인이나 조직이 행동을 하는 것은 가지고 있는 역량이 나오는 것이다. 지역별 병상 제한, 의료광고 금지, 의약 분업 완비, 의료사고 분쟁조정 보험 등 한번에 다 진행해도 논리적으로 명확하고 성과가 나올만한 일들이 많지만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 외에도 성과가 나올만한 작은 일들도 얼마든지 있지만, 시도 행정통합과 같이 관련된 문제들로 다른 분야에서 정책을 얘기하기는 하는데 의료 분야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권력이 주어지니 하는 일 없이 웰빙정치만 한다

아무리 관심을 모으고 권력을 집중시켜줘도 행동 변화가 안 나타나면 효과는 없다. 위기 상황에 코로나가 감기라고 얘기하는 것은 권력을 집중시켜줘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연히 나오는 것이다.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거나 지식이 많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행동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얘기하면서 권력을 집중시켜주니, 대학, 병원, 학술단체, 언론, 정부기관, 노동조합 등에서 자신들 홍보만 주구장창 하고 있다. 이는 그냥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변화도 가로막는 것이다. K-pop 스타를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최근 온갖 방송에서 분야별로 의사들이 나와서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있으면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 같다. 온오프라인이 연결되어 동네와 직장, 집안까지 여러 분야의 영업회사 직원들이 연결되는 행동들을 보고있으면 정치경제적 이익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는지 저절로 알겠다.

결국 움직임은 정치경제적인 힘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지만, 행동하는 만큼 결과가 나타난다. 최근 우리나라는 원칙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이 하는데, 과거와 달리 행동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것도 안하는 곳에 더이상 권력을 집중시켜주면 안되는데, 하는 일이 없는 곳에 권력이 집중되면 이미지 정치로 자연스러운 행동 변화를 막게 되면서 사회가 퇴보하는 쪽으로 간다.

이미 정치인들은 의료 정책에서 더이상 행동이 나타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언론사가 기사를 내든, 여러 조직에서 단체 행동을 하든,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든, 사회 변화가 나타날 만한 일이 없는 곳에 정치인들이 행동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소한 사건이라도 변화나 혁신이 나타날 만한 일에는 정치인들이 충분히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독재를 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아무리봐도 독재는 잘 모르겠고 의료정책에 있어서는 그저 권력을 집중시킨 것으로 본다. 올해 말까지 마무리를 하겠다고 하던데, 최대한 정책을 많이 시행하고 행동 변화가 더 나올 것이 없으면 합의가 되든 안되든 빨리 끝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행동은 사람의 인식과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코로나부터 시작된 의료정책에서 정부도 전문가도 없고, 오로지 지식을 이용한 권력추구만 있다. 일부 의견을 얘기하는 개인들은 있으나, 정보통신 기술로 연결된 사회에서 기업, 대학, 병원, 노동조합, 전문가 모두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고, 집단으로 뭉쳐 소속된 기관이나 조직의 생존을 위한 이야기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것은 방법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식을 많이 얘기한다고 해서 현실 문제의 해결 방법을 온전히 아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작은 일이라도 사회 변화나 혁신을 하는 곳에 정치권력이 주어져야 이러한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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