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참여는 일을 가지고 한다

by 배상근

의료기능과 정치적인 영향

의원은 경쟁이 그리 강하게 나타날 수가 없는 시장이다. 어디에 가서든 3년만 버티면 운영할 수 있다는 말도 있기는 했었는데, 겉보기에는 의사의 치료 기술이나 명성, 시설, 장비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이 나타나는 것 같아도, 진료 내용은 거의 동일하고 그저 한명 한명 환자를 보살펴야 하는 고된 일일 뿐이다. 요즘처럼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성질환 시대에는 동네에서 신뢰를 얻어 일정 수준의 환자를 확보하면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경쟁하는 것 같지만, 의료 제공은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고 혼란을 바로잡는 일에 가깝고, 여기서 환자의 신뢰를 얻는 것은 정치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일을 그다지 중요한 업무로 보지 않지만, 의원에서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 의사와 상담하는 일인데, 의과대학에 입학한 이후로 여러 경험을 통해 방법을 익힌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행동이 나오는 반복적이고 귀찮은 업무일 수 있어도, 여기에서 일정한 수준이 안되면 의사가 될 수가 없다. 학문적으로, 진료권 내에서 의사들 내부적으로 인정되는 기준들을 가지고, 환자 진료 과정에서 적용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의사는 환자 곁에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그나마 코로나 시기의 엄청난 혼란 속에서도 버텨낸 것은 우리나라 의사들의 수준이 높아서 개별 진료에서는 환자들이 큰 혼란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지만 오히려 코로나 시기에 미충족의료 수준이 낮아진 것이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교육수련 수준이 높고, 의료체계 내의 병의원에서 환자에게 진료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기능이 구현되는 것은 단순히 학문적 근거에 따라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외부환경 변화에도 환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가능하다. 코로나 시기에 정부 치료방침이 학문적 기준을 따르지 않는데도 사회에서 큰 혼란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진료 과정에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환자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의료 기능은 병의원 내의 의사들에 의해 나타나고,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진료권별로 의료전달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코로나 시기와 의대정원 증원 시기를 거치며 언론을 통해 예방접종과 의약품, 건강 기능식품 등에 대한 광범위한 의료 광고가 나타나고 있으나, 대중 매체를 통해 아무리 설명을 해봐야 이러한 혼란이 진정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시기를 거치며 불필요한 자본이 대거 투입되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의료체계의 기능이 악화되고 있다. 이를 회복하는 것은 병의원 내에서 의사들이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얼마나 의사로서 정상적인 진료를 하는가에 달려있는데, 이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반복적이고 성가신 일로 한명 한명의 노력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집단적인 결과이다.


의료기술 발전의 영향

특정 분야의 기술 발전이 분명히 새로운 한가지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연관 산업의 발전도, 사회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의료기술 발전도 마찬가지인데, 이미 학문적으로나 의료기술적으로나 충분한 수준으로 발전해있어서 인구집단 수준에서 건강 수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이 된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치료 방법보다는 진단 기법이, 중증 환자 치료보다는 대증치료나 환자의 편의나 선호를 고려한 기술들이 개발되는 측면도 있으나, 개인 대상의 의료나 집단 대상의 보건 분야 모두에서 적절한 방향으로 쓰여질 수만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료기술은 건강 수준의 향상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나 탈모 치료와 같은 기술이다. 성형수술도 사고나 질병 등으로 피부가 손상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고, 의사들이 하는 일들이 치료 목적이나 미용 목적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미모가 바뀌고, 머리가 빠지듯이 이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받아들이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 중의 하나이고, 환자가 스스로 받아들일 일이지, 의사가 건강 관련으로 환자에게 설명을 해줄 내용은 조금도 없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영역에서 기술 발전이 나타나고 있고, 직접적으로 생명에 지장이 없더라도 이러한 분야의 발전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 발전은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마련이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환자가 쉽게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료체계나 보건학적 측면에서 고려할 내용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기술은 환자의 건강을 위해 개발되는 것이고,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판단해서 병의원에 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서 받아야 하는 의료서비스를 결정하게 된다. 병의원에서 의료기술은 학문적인 근거를 가지고 적용하지만, 질병의 발생은 불확실성이 있고 진료 과정에서 의사의 판단에 따라 조금은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급성기 질환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 환자가 자신의 질병과 상태에 대해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내용이 크게 달라질 일은 없으나, 여러가지 의료기술들이 실제 병의원에서 적용되면서 발전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진단검사나 시술들이 남발되기도 한다. 환자 건강에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 필요한 요소가 있을 수는 있으나, 비용 낭비에 건강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수도 있다.

코로나 시기에 노골적으로 나타났듯이, 의료체계에서 진단이나 치료 방침의 학문적 기준이 흔들리면 여기에서 정치경제적 이권을 취하기 위한 행동이 나타난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 건강상의 효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실제 병의원에서 이를 적용하여 환자의 건강상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학술적인 모임에서, 진료권 내의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에서, 진단이나 치료 방침을 포함한 여러가지 일들이 논의되고 소통되는 일이 활발히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이익이 되는 의료기술 홍보를 위해 일부 의사들이 방송에 나와서 이미지 정치로 공포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제약회사가 급성기 질환 유행 시기에 수액 부족이나 감기약 부족 사태를 일으키기도 한다. 코로나에서 보았듯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제도를 주장을 하는 지역 대학을 이미지 정치로 공격하고, 영업사원들은 현실에서 학문적 기준이 약화된 상황에서 공포마케팅을 섞어가며 환자를 통해 정상진료를 하는 병의원을 공격하는 데 써먹을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의료 관련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 의사소통하는 것은 외부 환경 악화에 따라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대선기간에 어느 후보가 탈모 관련으로 복지 차원에서 건강보험 비용으로 지원하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고, 어느 지자체에서도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환자가 구분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필수 영역과 다른 부분은 구분되지 않지만, 미용 목적의 시술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보험 제도로 지원해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이번 대통령 탄핵에서 이어진 수사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 이슈가 생기니 법률에서 명시된 과정도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건강에 대한 최종 판단은 환자가 하고,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제도적으로 보편적 의료 이용이 가능한 가운데, 진료 수준이 높아서 혼란이 생기지는 않는다. 제도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생겨도 환자 진료가 잘되면 회복될 수 있는 분야가 의료인데, 변화나 혁신이 제도적인 부분에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발전될 때마다 여러 영역에서 활발하게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겠다.


정치에 대한 참여는 문제가 아니라 할 일을 가지고 한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판결을 가지고 헌법재판소만 쳐다보고 있는 법조계와 달리, 의료 기능은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개별 의사들의 행동들이 모여 집단적으로 구현된다. 정치의 결과가 선거로 나오기 때문에, 5년이나 4년마다 기다려야 되는 것과 달리, 의료 기능은 결과가 진료가 끝날 때마다 나타난다. 진료가 끝난 뒤에 건강이 회복하는 것은 환자에게 달려있기도 하지만,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결국 환자가 더 잘 알기 마련이라, 정치나 법률과 달리 견제장치가 없는 것도 참여가 제한되는 일도 아니다.

의대정원 증원이나 의료사고 분쟁 해결 제도 도입, 병상제한, 의료광고 제한, 건강보험 재정 분리 등은 정치적인 행동이 필요한 일일 수 있으나, 세부적인 제도들은 정치 참여가 아니라 진료권 내의 병의원에서 의료 기능이 충분히 구현되어야 하는 일들이다. 정치적인 경쟁이 생기면 현실 정치인들이 힘을 가지고 있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노력들을 피할 수 없는데, 이번 의료사태와 같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집단을 홍보하기 위한 논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과 정치적인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부친 것은 대통령이나 지방대학 총장들이었고, 대학 교수들은 철저히 소속된 대학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고, 세부 제도를 홍보하는 교수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홍보했지, 정치적인 변화를 얘기한 것이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정치권에서 더이상의 일을 진행할 의도가 없고, 적절한 수준에서 마무리를 해야할 시기이다. 코로나도 마찬가지인데, 더이상 사람들의 공포가 없고,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방법을 익힌 상황이다. 트럼프가 WHO 탈퇴를 얘기하고, 미국에서 싸움이 벌어질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의료체계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질병청이나 전문가 집단 내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한다면 모르겠으나, 정치적인 성과인 듯이 얘기하면서 마무리를 하려고 하면 온갖 홍보전략이 난무하면서 더이상 남은 일도 없는 상황에서 서로 싸움만 만들고 다닐 것이다. 그냥 놔둬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지금도 가끔가다 언론에서 백신을 홍보하고, 네트워크 병원 같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의료에서 문제만 제기하고 해결방법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정치 문제로 분쟁만 일으키는 것이고, 별 영향도 없으면 놔두면 된다. 방송에서 명태균 같은 사람을 한번씩 소개하지만, 세부 문제를 얘기하면서 시장 수요를 창출하면서 여러 지식을 자랑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혼란만 일으키는 것은, 하는 일 없이 정치 싸움을 일으키면서 혼란만 만들어내는 것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 대중 매체를 통한 이런 행동들은 진료권 별로 나타나는 의료 기능이나 혼란을 바로잡는 일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고, 학문적인 기준은 학술 모임에서, 제도적인 문제는 관련되는 자리에서, 환자 대상으로는 병의원에서 진료를 잘하면 되는 일이다.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1년을 그만두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저 할 말을 잃었다. 어쨌거나 지나간 일은 놔두고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기인데, 정치나 법률 분야의 다툼을 보면 의료계는 매우 자유롭고 평등한 분야이다. 이는 무엇보다 일 자체의 특성에서 나오고, 대부분 교육수련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법조계판 코로나 시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