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선진국 중에 유일하게 의료보험 미가입자가 존재하는, 보편적 의료보장이 되지 않는 나라이다. 의료비 지출 비중이 높고, 그럼에도 건강 수준은 낮은 문제가 매번 지적되지만,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제도적인 원인으로 사회보장제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의료서비스를 사회보험으로 하여 모든 사람들이 강제 가입하도록 하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의사를 만나 상담을 받는 일에서도 접근성에 차이가 나타나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를 만나 상담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 의료제도를 마련하여 지리적, 경제적 접근성을 낮추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고, 보편적 의료보장은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가입 이후에는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의료체계 내에서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다. 현실에서 이러한 일이 위협받는 것이 없지는 않은데, 최근 코로나 이후에 전문화, 영리화된 의료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지속되면, 정치적인 문제로 보편적 의료이용도 충분히 위협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이 무너지는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장성을 충분히 높이지 못한 상황에서 실손보험이 확대되는 것만으로 현실에서 느끼는 의료이용에서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
의료의 기본적인 기능은 달라질 것이 없으나, 진료 내용은 병의원이 위치한 지역이나 환자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학문적 기준의 적용은 달라질 것이 없으나 도시와 농촌의 병의원들은 환경이나 개인의 특성들이 달라서 진료 내용이 조금은 다를 수 있다. 의학 연구나 기술 개발, 학문적 기준의 정립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일들도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변화나 혁신이 나타나는 영역이다. 인구집단의 건강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해당 지역의 의사들인데, 개인의 건강 문제는 결국은 환자가 더 잘 판단할 수 있으나, 인구집단 건강 문제의 해결방안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어야 하고, 여러 특성을 가지고 있는 환자 문제를 실제로 다루고 있는 의사들의 의견이 있어야 한다. 이는 정치의 영역으로, 건강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어느정도 전문 지식을 가지고 충분히 경험을 쌓은 사람이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 보편적 의료 이용이 보장된 것은 의사들이 여러 환자를 접하면서 경험으로 익힌 방법들을 폭넓게 제시하여 변화나 혁신이 수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의료제도나 보건 제도의 개선방안이 나타나는 것은 여러 인구집단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의견들이 필요한데, 이는 보편적 의료이용 접근성이 보장된 제도 하에서 의사들이 다양한 환자를 구분하지 않고 진료하는 것이 기반이 된다.
미국 의료제도는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산업화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따라가는 경로를 따라가지 않았고, 결정적인 차이는 의료보험 미가입자가 아직도 있는 것과 같이, 보편적 의료이용이 보장되지 못한 점이다. 의과학이나 의료기술, 제약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제도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것은 보편적 의료이용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집단 감염병 유행에서 백신을 빠르게 개발하여 가장 큰 이익을 취한 나라도 미국이지만, 이를 극복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나라도 미국인 거 같다. 이미 호흡기 감염에 대한 공포는 오래전에 지나갔으나, 이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오래 걸리는 나라가 미국인 거 같은데, 이는 제약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과 함께, 의료제도 상에서 환자 문제가 충분히 다루어지기 어려운 일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가 WHO를 탈퇴하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적인 감염병 정보를 공유하는 감시체계 운영에 대한 부분 외에는 국제적인 보건 문제에 WHO가 기여하는 부분은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감염 유행으로 공포마케팅을 하는 제약회사와 비슷한 얘기를 하면서 국가 간의 분쟁에나 기여하고 있는데, 감염 유행은 전파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국가 내부의 의료체계가 취약하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는 미국이 오히려 취약할 수 있고, 정치적인 영향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WHO에 지원을 끊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국가 내에서 사회 제도가 발전하는 것은 나라마다 다르다. 과거에 오바마 케어가 있었지만, 이번에 건강보험회사 CEO의 사망사건까지 발생한 미국이 어떻게 대처할 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도 보장성이 충분하지 못해도 일단 전국민 의료보험부터 도입한 것이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결국 보편적 의료이용에 대한 보장이 안되면 이후의 경로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미국은 역사나 문화가 우리나라와는 너무 달라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제도적인 변화나 혁신을 받아들이는 역사적 경험이 우리나라와는 수준이 다른데, 이미 많은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도 어떤 사건들이 나타날 지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