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알려주리오

by 배상근

최근에 간호법이 제정되었지만, 그 안에 들어가있는 내용을 보면 기존 의료법에 있던 내용과 차이가 거의 없다. 요새 AI가 발전되고 있지만, 규정이나 메뉴얼로 반복적인 업무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는 있어도 어디에서나 일정기간의 경험을 쌓은 사람들은 대체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나 사람에 대한 서비스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갈등이 생긴다고 해서 이를 법으로 규정해서 해결하려는 행동을 보면 어이가 없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회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간호법이 아니라 기존의 의료법에서도 의료와 간호는 엄연히 독립적인 업무로 되어있는데, 지식으로 아는 것과 행동으로 익히면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요즘은 주요 언론사들이 뻔히 글로 쓰여져 있는 헌법도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사실을 호도하는 상황이지만, 일상생활만 충실히 해도 상식적인 가치와 규범을 쉽게 이해할 수 있듯이, 일정 기간의 경력만 쌓여도 독립적인 성격의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누군가가 가르칠 수는 없는데, 어떤 방식이든 자신들의 권력과 연계하여 눈이 돌아가면 현실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엄연히 독립적으로 글로 쓰여져 있는 의료와 간호가 같은 일로 보이는가보다 한다.

대부분 5-10년 정도의 경력만 쌓아도 자신의 일을 충분히 익히게 되는데, 이후에 지위가 올라가면 일과 관련된 다른 일들도 추가로 시도할 수 있다. 과거에 익힌 일들은 반복적으로 보이는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으나,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경쟁과 도전 속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하게 된다. 법적인 전문직으로 의료나 간호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보장이 되는데, 복잡한 세부 규정을 만들고 구분을 하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을 방해할 수 있고, 현실에서 효용성이 그다지 높을 수가 없다.


요즘은 사회가 점점 보수적으로 변해가는지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데, 이런 일들은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발전하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떤 나이라도 퇴보하게 마련이다. 유교에서 나이마다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하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어릴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행동하기 마련이다. 먹고 살만 해지면 집단주의 선동기술이 발전한 우리나라에서 더이상 일이 하기 싫은 사람들이 유교와 경제학을 결합해서 생계형 파시즘이나 하고 다니기도 하지만, 누구나 외부 변화에 대응해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어떤 조직이든 이런 행동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면 같이 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AI 기술이 아니라도, 모든 과학기술이나 사회 제도의 방향은 사람들의 역량을 올리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권력의 분산도 제도만 만들어 놓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 일정한 일을 익힐 때까지는 보호를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역량이 올라가야 자연스럽게 권력이 분산된다. 전문성을 간판으로 붙이고 반복적인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모여있어봐야, 새로운 상황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몇명의 사람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직장이나 대학, 성과를 보면서 이리저리 계산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현실을 받아들인대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요새는 자신들을 우리나라의 주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언론과 정치, 자본을 총동원하여 사람들이 뻔히 쓰여져있는 헌법도 못 읽는 줄 알고, 동영상으로 나오는 내용도 이해를 못하는 줄 알던데, 이는 이미 자신들의 행동이 눈을 가려서 스스로를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보이는대로 글자를 읽는데, 이런 것은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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