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가지 일을 하기 위해 시설, 장비, 지식 등의 자원을 사용한다.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처방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도, 의사의 관점에서 하는 일은 동일한데,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익힌 하나의 일을 하는 것이다. 도시와 시골의 의료환경이 다르고, 환자의 특성에 따라 진료 내용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결국 의사의 관점에서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일은 충분히 익히지 못한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나눌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진단과 처방이 결정되면 남은 일들을 나누고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만나서 진단을 하고 처방해서 이를 환자가 받아들이게 하는 일은 익히고 난 다음에는 반복적이고 성가신 일이 될 수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다.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지만 충분한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래에 정보통신이나 AI 기술 발전이 데이터 수집, 감시, 자동화 등에 의해 사용되고 있으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훈련된 사람을 온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역량을 높이는 데 사용될 수는 있다. 영상 정보에 대해서도 아직 영상의학 전문의의 판단을 온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의사에게 보조자료로 사용될 경우, 정확도를 좀 더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을 넘어설 수도 있겠으나, 의료 기능에 대해서는 대체가 불가능하고 사람을 보완하고 교육수련시 보조자료로 사용될 수 있겠다. 이미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의사들은 AI 기술이 거의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인센티브나 처벌은 행동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으며,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코로나 시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특정한 진료 행위에 대한 추가 수당을 주어 하게 할 수는 있으나, 시골에 가서 진료하는 것에 대해 아무리 월급을 올려도 가지 않는다. 감기 환자 진료는 원래부터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시골에 가서 진료하는 것은 커다란 변화이고 새롭게 많은 일들을 익혀야 한다. 10년 이상 지역 시골병원 근무를 조건으로 특정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해당 조건에서 의료를 제공하는 것을 익히게 할 수 있으며, 이후에 선택은 자유이지만 새로운 의료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시골에서 의료기술이 아닌 사회적 기능을 추가로 익히는 것이 더 힘들다. 대부분 이러한 일들은 자신의 일과 관련되어 우연히 하게 된다. 인센티브나 처벌은 이미 경험을 통해 일을 충분히 익힌 사람에게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할 수는 있으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사람의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지, 눈에 보이는 이익에 의해 유도할 수는 없다.
진료권 내에서 의료전달체계를 구성하고 자원을 배치하는데,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일차의료에서 대형 종합병원까지 의료 기능이 형성되는 단위에 맞게 만들어나가게 된다. 이는 공공병원이나 민간병원이나 다르지 않고, 의료를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변화가 나타나는 핵심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의과대학 교육과 수련, 이후 병의원에서의 진료에 이르기까지 의사가 충분히 경험을 쌓아 기본적인 의료 기능을 익힐 수 있어야 한다. 사회나 제도, 기술 발전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대응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구체적인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인력의 양성, 권력의 분산과 의사소통의 활성화, 법률이나 규정 등 국가에 의한 규제를 포함한 공적 기능의 구현 등이 중요하다.
건강증진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스스로 자율성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의 발전으로 질병은 원인과 관련요인들이 밝혀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의 관점에서 질병의 발생은 절반 정도는 우연성을 가지며,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갑자기 질병이 발생하면 병원에서 의사가 진단하고 치료하며, 이후에 환자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건강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환자의 질병에 따라 의사가 수행하는 진료 내용은 차이가 거의 없으며, 환자의 건강은 질병이 생기기 전이나 이후나 결국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의료전달체계에서 서비스 제공은 진료권에서 중증도에 따라 나타나는 의사의 진료를 중심으로 구성하지만, 현실의 의료시장에서는 의사 단체, 대학, 제약회사, 환자 단체, 정치권 등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받고 다양한 형태의 변형이 나타난다. 그러나 질병이 나타나고 회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이 변화하는 과정인데, 질병을 진단받고, 치료하고, 이후에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의사-환자 관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환자 개인이나 사회물리적 환경 등 여러가지 조건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건강하게 생활하면서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데에는 의사의 진료과정에서 겪는 변화가 중요한 요소이고, 나머지는 환자 건강의 차원에서는 정해진 조건인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다. 의료는 단순히 질병을 없애거나 관리하는 차원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삶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가깝고, 여러가지 정치적, 경제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변화는 환자와 의사의 단순하고 기본적인 행동에 달려있다.
지식은 과거 경험에서 나타난 근거들을 가지고 현재의 행동 방향이나 과제를 설정하는 데 쓰는 것이지만, 결국 판단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이 의사결정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질서를 잡아 사람들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코로나 시기처럼 여러 세력의 정치경제적 이권을 위한 선동에 쓰는 것이 아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지만, 정치경제적 이권이 생기면 권력을 가진 집단이 언론과 연합하여 드라마를 이용해서 파시즘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총이 광장정치 시대에 선동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선동이나 현실을 가리는 자극적인 뉴스 보도나 별 다를 것이 없고, 이것이 현실에서 집단적인 생계형 파시즘과 연결되면 사람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막고 사회 변화도 저해한다.
코로나 시기에도 온갖 의료광고가 판치고, 연예인들도 정치에 참여하는데, 결국은 정치적 주도권이 중요한지 권력을 가진 집단이 조금은 더 나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파묘'나 '시민덕희' 같은 영화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전문가 집단이 했던 것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데, 언론에서 나타난 이야기들을 반박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관리했다는 듯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시기는 전문가 집단이 기여한 바는 별로 없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겪으면서 공포를 극복하고 집단 감염 시기의 행동 방법을 익힌 것이고, 처음부터 감기에 별다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오미크론까지는 힘든 상황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 이후로는 전혀 고려할 것이 없고, 지식인 집단이 변화에 기여한 것은 거의 없다.
개인 대상의 의료나, 집단 대상의 보건 조치나 행동하는 사람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개인이나 조직에서 자유로운 변화나 발전이 나타날 수 있도록 문제의 단위에 맞게 지역별로 권한을 분산하고 지식을 바로세워야 하고, 이를 통해 진료권별로 경쟁이 나타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고 누구나 미디어를 가질 수 있는 시대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어야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여러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 결국 변화나 발전은 사람이 만들어낸다.
건강 문제의 특성과 면허와 수련제도 등으로 인력양성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체계는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볼 수 없다. 정치적 권력 분산은 자동으로 되어있고, 교육훈련이 잘 되어있어 정치경제적 권력과 자원 배분만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무난하게 운영이 가능하다. 아무리 건강 관련으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해도 환자 진료만 제대로 되면 시간이 지나 해결되기 마련이다. 이번 코로나와 같이, 때로 집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여러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시스템이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의료 관련 집단적인 문제에서는 공통적으로 의사를 적으로 두고 공격해도, 의료체계 내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해결방법이 제시되기 마련이지만, 다른 사회 문제에서는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일 자체가 문제이다. 안전 문제만 해도 대형 언론에서는 화재가 나든 자동차 사고가 나든 돈이 많이 드는 시설이나 장비 도입을 먼저 얘기하고는 마지막에 한두가지 꼭지로 기본적인 얘기를 해준다. 예전에 여기저기 산불이 났을 때, 경북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의 예산을 줄여버리기로 했는데,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한 문제는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지만, 이런 얘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알뜰폰 보안을 지적하면서 해결방안은 절대로 얘기하지 않는 언론은 이번에 보수집회를 주도하는 목사가 알뜰폰 가입을 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문제를 다룰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사회 문제들과 비교하면 의료 문제는 어려운 일이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
요즘은 대통령 계엄에 특정 집단이 분노를 했는지 군대 기강도 엉망으로, 학교도 엉망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범죄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 범죄자를 엄격히 처벌하고 학교 기강을 똑바로 세우면 될 일인데, 언론으로 드라마를 제작해서 군대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으니, 환자 치료 목적의 진단 기준을 공포마케팅에 활용해서 정치적 목적에 써먹는 일이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많은 경험을 통해 방법을 확실히 익혔으니,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일은 참여할 의사가 필요할 수는 있으나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젊은 세대에서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니, 정치권에서 호응을 하고 있다. 출산율이 1도 안되는 사회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을 높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 문제는 세대 간에 자동으로 정치경제적 권력 배분이 되어있지만, 다른 분야는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이 상황을 보고있으면 코로나나 의대정원 관련 문제에서, 의료체계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