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충분히 발달해 있으나, 사회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분쟁을 조정하는 일이 부족하고, 언제부터인지 방향을 잃고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 정치, 언론, 지식인들이 이번 대통령 계엄 사태에서 보여준 행동들도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행동 방향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론은 이번 계엄 사태에서 여론 몰이의 진수를 보여주었는데,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계엄과 야당의 탄핵 사태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관심을 집중시키고는, 여기에 참여한 고위 공직자들의 행동을 미화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가리려 했다. 사건의 결과는 재판에 의해 탄핵이 인용되거나 선거가 다시 시행되느냐로 정해져 있는데, 처음에는 탄핵몰이를 하고 다음에는 고위 공직자들의 행동으로 편가르기, 마녀사냥, 영웅놀이 등의 드라마를 만들어내서 현실을 가리면서 특정 집단만의 권력을 지키려 했다. 언론이 사회 내의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 얼마나 특정 세력의 권력기술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지 감당불가이다.
평소에도 사건만 터지면 문제 해결방법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고급 기술만 열심히 홍보해 주는데, 이번에는 탄핵 반대 유튜브의 돈벌이, 황색 언론의 자극적 보도를 문제삼더니, 전광훈 목사의 알뜰폰 홍보도 문제를 삼는다. 전광훈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 쪽이고, 세이브 코리아는 이명박 대통령 쪽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봤는데, 얼마나 권력 지키기 기술을 잘 쓰는지 할 말을 잃겠다. 결국 언론이 자신의 관점을 잃어버리면 가치가 없는데, 특정 세력의 여론몰이나 하면서 하는 이야기가 안 보이면 그 신문이나 방송은 누가 보나.
지식인들이 지식을 어떤 방향으로 쓰는지를 봐야 행동을 알 수 있다. 결론이 달라질 것도 없는 의료 문제, 환경 문제 등을 가져와서 혼란을 만들어 현실을 가리는 데 언론과 함께 협력하며 자신들의 지식과 권위를 쓰기도 하지만, 역사 선생처럼 대놓고 계몽령이라고 얘기하면서 젊은 세대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지식은 현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인데, 지식의 정확성이나 깊이는 연구나 동료들과 의사소통할 때나 중요한데, 외부로 얘기할 때도 복잡한 얘기를 이상한 방향으로 얘기하면서 특정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찬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산업화 시기의 경험에 의한 자신감과 초기에 잘 설계된 제도에 의해 경제적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특정 세대가 싸워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의 사회 변화는 일률적으로 만들어가기 어렵고 역량을 가진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나타나지 않고서는, 정치 권력 집중과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가 아니라 법적으로 주어진 선거 제도도 지키기 어려울 지경이다. 젊은 세대가 자신들과 반대하면서 결집하니 정확한 지식을 내세우면서 언론을 통해 혼란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보이는데, 차라리 지식을 자랑하고 싶으면 우리나라에 익숙하지 않은 민주주의 발전 단계를 정확하게 얘기하는 것이 낫겠다. 역사 선생이 계몽령을 내세우고 계엄에서 탄핵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경험이 교과서가 되고 있으니, 현실에서 익히면서 공부가 될 것이다. 이런 얘기는 잘 안 나오던데, 그러고도 지식인이라 할 수가 있나.
정치인들은 권력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계엄이나 탄핵은 사회적 결집을 이끌어내는 것 외에 아무런 내용을 찾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의 계엄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탄핵은 법에 규정된 절차를 지켰는지도 봐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하려고 하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권력을 쓰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봐야 하는데, 지금은 근대 국가냐 부족 국가냐 하는 어이가 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직접적으로 할 만한 일이 없고, 젊은 세대가 결집했으니, 이를 통해 인식을 바꾸면서 자신들의 사회에 필요한 일들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이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위해 한다. 가까운 주위나 사회에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을 조정하고 없애기 위해서이다. 시장에서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의사소통을 해야 사회적으로 수용이 되어 다음의 단계로 갈 수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에서 보도되는 특정 집단의 의사소통 방식은 철저하게 집단 내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으로 선전, 선동을 일삼고 있고, 이는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가 없다. 과거 경제 발전으로 풍족한 시기에는 저런 방식이 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쓸데없는 일로 규모를 키워봐야 실력으로 채워질 수가 없으니 결국은 무너지게 된다.
요새는 언론에서 요상한 보도가 많아서 그런지, 늙은 놈이고 어린 놈이고 분위기 조성해서 집단을 만드는 게 유행인 듯 하다. 지위가 높든 낮든 나이가 많든 적든 행동이 이상하면 어울리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