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카페에서 이상한 신메뉴가 하나 보여서 먹어보았는데, 맛이 예전의 '맥콜'인데 재료가 좋은지 모양이 좋은지 뭔가 고급형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니, 아샷추의 인기가 생기니 아이스티가 아니라 사이다에 오렌지 청을 섞어서 만든 것라고 한다. 나같이 단순한 아저씨야 대충 만들어줘도 뭔지도 모르고 마실 수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지 오만가지 메뉴가 다 나올 기세이다. 동네에서 단골만 잘 만들어두면 될 거 같은 가게들이 얼마나 경쟁이 살벌한지 무서울 정도이다.
어쨌거나 지금처럼 커피 전문점들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생겨난 이후에는 저런 메뉴도 필요하겠지만, 예전에는 다방 커피에 캔음료면 충분했다. 예나 지금이나 동네 가게가 살아남는 것은 단골을 만들고 신뢰를 쌓는 것이다. 예전보다 경쟁이 치열해지니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는 있어도,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정도의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학 근처에 학생들이 자주 가는 가게가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1차로 비싼 집에서 먹고 2차로 와서 저지레만 하고 간다고 구박해도 매번 간다. 눈에 보이는 경쟁력도 있어야 하지만 살아남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맥콜이나 아샷추를 개발하면 돈을 조금 더 벌기야 하겠지만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한다.
예전에 의학교육 관련 모임에서 오스키 교육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얘기한 적이 있다. 국가고시에서 실습 시험이 없었던 마지막 세대인데, 인턴 시절에 술기는 2-3개월이면 익숙해지고, 나머지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데 저걸 왜 해야 하냐고 했다. 그랬더니 오스키 시험이 없으면 최소한의 틀도 없어서 아무것도 하기 힘들거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턴이 많은 일을 해야 하나, 몸으로 경험하면서 배우는 게 수련이지. 인턴 책임이 많을 수가 없지만, 있어도 책임이야 병원에서 지겠지.
어떤 외국의 의과대학은 학생 교육시 교과목 강의를 하지 않고, PBL(Ploblem Based Learning)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도록 유도한다. 교과목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나, 환자의 질병이 복합적이고 환경이나 사회적 요인도 관련되기 때문에, 의학적인 치료와 함께 환자 문제의 해결과 관련된 다른 방법들도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단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의사로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집단의 건강 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사회의 여러 영역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다. 요즘은 환자가 당뇨병 약을 복용하면서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동네에서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시절에는 약이라도 잘 먹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질병이나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여러 의학적 기준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회 전반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다. 그러나 환자에 대한 진료, 교육, 연구, 정책 등에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지만 사회적으로 의학적 기준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의도적으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건강이나 보건은 개인이나 사회의 역량에 가깝고,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대하여 어느정도 지식이 정립되어져 있더라도, 현실 문제에 적용하는 방법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조건이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도시에 비해 의료자원이 부족한 시골 지역은 기준을 더 느슨하게 적용할 수도 있고, 환자의 순응도가 떨어지면 방법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어떤 회사는 흡연자에게 인사고과에 페널티를 적용하기도 하지만, 흡연을 숨기는 사람이 많아지면 악영향이 생길 수도 있고,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급성기 질환의 치료가 아니면 건강은 스스로 하기에 달려있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제한적이다.
때로 감염 유행과 같이, 집단적인 변화가 필요한 일에서 전파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로 감기라는 단순한 이야기를 해도, 그러한 기준이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의사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지만, 이를 통해 개인에게나 집단적으로나 혼란을 막아 사회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반드시 의도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집단의 변화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고 혼란을 막아서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는 있겠으나, 이후에 사회의 변화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회 전체의 노력에 달려있는 일이라, 의사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의학적 기준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여러 일들이 더해져서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일이다.
현실의 사회는 계속 변하는데, 외부 조건이 바뀌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기도 한다. 코로나 시기 여당의 국회의원 선거 승리는 방역 정책에 의해 일종의 부패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는데, 우리나라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 및 경제 권력과 서울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확장에 의한 악영향이 결합되니 오랜기간 사회에 혼란을 가져왔다. 점진적으로 보건기관의 기능이 무너지고, 제약회사나 방역산업 등에 의해 공포마케팅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는데, 이후에 사회 여러 영역에서도 유사한 현상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요를 이끌어내는 부분이 있으나, 사회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한 기준이 오랜기간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감염 유행 상황은 일시적이고, 의료개혁을 내세우고는 의대정원으로 논쟁을 일으키고, 1년 동안 대학병원과 의과대학을 엉망으로 만드는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결국 환자가 잘 알게 되기 때문인데, 여러 언론의 뉴스,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에서 부패 카르텔을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게 이슈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효과가 유지될 수가 없는 방법이다.
어쨌거나 조건이나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일을 하는 방법은 동일하고 오히려 더 철저하게 익혀야 한다. 보통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받아들여진 의학적 기준이 폐기되는 경우는 드물고, 빠르게 변화할 수도 없다. 지식으로 많은 것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교육과 수련과정에서 일을 하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오스키 시험에서 표준적인 틀을 배우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가 없고, 스스로 경험으로 익혀가면서 환자나 집단에서 질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온갖 난장판이 벌어지더라도 의사들이 혼란을 겪지는 않는데, 이미 경험으로 충분히 단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공이 예방의학이라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맥콜 개발하고 아샷추 만들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고, 그만큼 환자 진료 외에도 여러가지 필요한 일들이 많다. 어떤 분야든지 최선을 다해서 일도 하고 연구도 하는 과정 속에서 변화도 발전도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들에게 합리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맥콜 개발하고 아샷추 만들어서 권력 싸움에 참여하든 돈을 벌든 아무 상관없지만, 사회에 혼란을 만들어내면서 의료 기능을 망가뜨리면 이는 곤란하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소속 의사들이 죽어라고 일하면서 경영진에 막대한 돈을 벌어다주고, 코로나 방역에 보건기관과 공공병원을 박살내면서도 영웅 놀이로 권력 싸움에나 써먹더니, 이제는 전공의 수련과 의대 교육까지 엉망이 되면 그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평생 이런 상황을 다시 겪을까 싶은데, 이는 사회의 퇴보이고 의료 분야도 피해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도가 잘 형성되어 있고, 일 자체의 특성도 영향이 있으나, 의사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추어 의료 기능이 잘 작동하면서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것은 일종의 사회민주주의가 실현되어 있는 것과 같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대학 교육이나 학회, 사회의 여러 일들에서 의사의 참여가 필요한 일들이 많은데, 사회가 퇴보하는데 의료 분야만 잘사는 방법은 없다. 특정한 기능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다시 회복하는 것은 여러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 혼란은 벗어나고 있으니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여러 문제들이 개선되려면 그저 하나하나 일을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