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by 배상근

예전에 의사가 진료시에 하는 일이나 집단에서 리더가 하는 일에 대해 부적에 비유했지만, 이는 근거없이 하는 일처럼 보여질 수 있는데, 아마도 당시 방역 산업에 의해 먹고사는 집단이 형성되어 있기도 했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귀신과 부적 사이로 표현했던 거 같다. 그러나 감염 유행처럼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은 매우 드물고, 의료와 같이 의사가 환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단의 리더가 하는 일은 피, 땀, 눈물로 얘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부적이 될 수가 없다.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진단은 의학적인 치료를 넘어 환자-의사관계를 통해 환자에게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된다. 자신의 질병과 대처 방법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것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여기에는 인지적인 부분과 함께 정서적인 부분도 있으며, 진료 과정에서 의사와의 관계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코로나 시기에 코로나가 감기라고 집단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전파를 막을 수 없으니, 대처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집단 공포를 이겨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개인별 진료에서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직접적인 소통과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 환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코로나 시기가 지나가고 있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스크를 벗거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하고 대처 방법을 찾아내면서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방역 정책과 방역 산업에 의해 권력 기술과 공포 마케팅이 난무하는 중에도,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지나가는 것이지, 전문 지식을 잘 이해해서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 지나 둔감해져서 받아들여진 것도 아니다.

감염 유행시에 질병과 대처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정해진 방법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정도 방법을 익히는 것도 있으나, 사건마다 나타나는 변수에 대처하는 것은 매번 쉽지 않을수도 있다. 집단적으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는 시기에는 행동을 시작하면 갈등도 따라오기 마련인데, 외부 요인에 의해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정도 익히고 나면 재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으나, 자신이 하는 일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가 뻔한 이에 호들갑은 너무나 지치고 성가신 일이다.

코로나가 마무리되어가는 시기에 의정갈등이 터지고, 방송에서는 질병별 공포마케팅이 난무하고는 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방역 정책에 의해 생계형 파시즘이 생기더니, 의정 갈등 시기에는 전문 분야별로 방송에 나와서는 공포마케팅을 하면서 자본주의형 홍보 전략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기에 별 영향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름 환자에 대해 상담은 성의있게 했다. 방송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맞게 전문 분야를 세세하게 나누어서 온갖 공포마케팅을 집단 세뇌처럼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진료 과정에서 대화를 하려 했다. 반야심경처럼 노래를 만들지는 못해도, 행태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이야기 속에서 이론적인 얘기를 정확하게 반복해서 계기를 만들어 주려고는 했던 거 같다. 코로나 시기에 글을 쓰고 있을 때는 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 말만 많은 것이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었는데, 환자 만나서 얘기할 때는 아무도 관심없는 일에 혼자만 재미가 있는 것이 좋기만 하더라. 심지어 듣고 있는 환자도 싫어하던데.

추석에 조용필 옹이 콘서트를 하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가수의 노래 내용이 한결같이 힘들게 노력하는 사람들 위로하는 내용 뿐이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나오는 내용과 정서가 있다.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허공, 꿈, 찰나 등 내용이 다 비슷한 거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으로는 변화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렇게 열광을 하나. 아니면 예전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아닌 것인가.

요새 먹고살기 힘든지, 정치권이고, 검찰이고, 법원이고, 경찰이고, 언론이고, 국가 일에 붙어서 생계형 파시즘이나 시도하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은 구속해서 힘자랑이고, 법원은 재판 끌면서 힘자랑이고, 정치권이나 언론은 싸움이나 붙이면서 특정 권력 집단만 홍보해준다. 조용필 옹 콘서트 반응을 보고도 저런 행동이나 하고 있으면 쟤들은 멍청한 것이다. 바본가.

상담 기술은 익혔어도 요즘은 세상에 대한 사랑이 사라졌다. 더이상 이런 글도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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