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소일 Apr 05. 2023

얘 물어요?

대형견과 입마개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이 세상에서 안 무는 개는 없다. 만약 그 개가 물지 않는다면 이빨이 다 빠져서 물어도 문 것 같지도 않거나 개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밥풀과 함께 다니면서 왜 입마개를 안 하냐고 들은 적이 여러 번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저씨가 입마개 안 하냐고 소리를 빽 지른 적도 있고, 심지어 골목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입마개 안 하냐고 개X끼와 썅X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밥풀이 어릴 적엔 입마개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오히려 성견이 되고 나서는 생각보다 별로 듣지 않고 있다. 사실 밥풀은 대형견 치고 작은 체구에 속한다. 대체적으로 수컷보다는 암컷이 몸집이 작은 편이고, 밥풀의 부모견이 크지 않아서 유전적인 특성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밖에만 나가면 헤벌레 웃고 다니는 소위 ‘웃상’이라서 위협감이 덜 한 것도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대형견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입마개 시비로 싸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보게 된다. (맹견에 속하지 않지만) 특히 40-50kg 이상의 덩치 큰 대형견이나 검은색 털의 가진, 외형적으로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개의 보호자들은 입마개 시비로 수없이 시달린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본다. 급기야 싸움으로 번져 경찰을 부르는 것은 물론, 심지어 녹취 증거물을 남기기 위해 녹음기나 고프로를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산책을 한다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으로 씁쓸하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보고 듣다 보니 아저씨와 아줌마가 다가올 때 나도 모르게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인상을 쓰거나 무표정으로 걷는 내 모습을 알아차릴 때면 내 자신이 안쓰럽다.(내 딴에는 오늘 진짜 누구 하나 걸려봐라, 끝장 보자 하는 표정으로 다닌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남편은 밥풀과 산책하면서 이제껏 한 번도 입마개 시비가 붙은 적이 없다. 결국 여자와 대형견의 조합은 입마개 시비에 걸리기에 최상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대형견의 입마개 논란은 요즘 개물림 사건, 사고가 많아짐에 따라 예민하고 중대한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반려동물 혹은 대형견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차가워진다. 대형견을 키우다 보니 대형견과 입마개 논란은 뗄래야 뗄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대한민국은 아직 대형견을 키우기 어려운 나라이며,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과도기임을 깨닫는다.


 현재 동물보호법 상 맹견 5종(도사견, 로트와일러,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 테리어, 핏불테리어)에 한해서만 입마개를 의무로 착용해야 한다. 법이 그렇다. 입마개를 왜 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이와 같은 법에 따라서 리트리버는 맹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백이면 백, 법은 그래도 너는 네 개니까 예쁘지, 이렇게 큰 개는 남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으니까 꼭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와 나는 서로 벽을 보고 말하기 시작한다. 각자 하고 싶은 말만 내뱉을 뿐. 이제는 입마개 시비를 거는 사람들에게, 정 불편하시면 경찰에 신고하시라고 친절하게 알려드린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이기 때문이다.


 개를 키우는 보호자로서 누가 내 아이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을까. 소형견은 작으니까 오프리쉬*를 해도 되고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괜찮고, 대형견은 몸집이 크니까 목줄과 입마개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일부는 말한다. 내 반려견이 공격성이 있다면 소형견이든 대형견이든 무조건 입마개를 해야 한다. 이러한 소형견과 대형견 보호자와의 의견 차이로 인해 서로 편 가르고 헐뜯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으로서 다함께 반려문화를 만들어나가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오프리쉬: Off와 Leash의 합성어로, 반려견이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밥풀은 젠틀리더를 자주 착용한다. 젠틀리더란 이름 그대로 ‘젠틀하게’ 반려견을 컨트롤할 수 있는 목줄의 일종이다. 사실 밥풀은 흥분도가 높은 편이라 낯선 곳이나 강아지 친구들을 보면 반가운 나머지 줄당김이 있어서 젠틀리더를 사용하고 있다. (혹시 줄당김이 있는 반려견이 있다면 강력추천한다. 생김새는 조금 그래 보여도 신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이것은 입마개의 구실은 전혀 하지 못하지만, (간식 먹고 물 마시고 모두 가능하다.) 머즐*이 고정된 모양으로 되어있어 흡사 입마개처럼 생겼다. 그래서 가끔 입마개 대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젠틀리더를 착용했을 때와 착용하지 않았을 때의 밥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다. 리트리버가 입마개를 왜 했냐고 안쓰럽게 쳐다보는 사람부터 공격성 있는 개인줄 알고 두려운 눈빛으로 피하는 사람까지, 밥풀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들 때문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오히려 가끔은 우리를 피해 다녀서 산책이 편한 것도 사실이다.

(*머즐: 동물의 코와 주둥이 부분)



 솔직히 처음에는 ‘입마개’ 소리만 나오면 짜증부터 치밀어 올랐다.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대형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달려야 하는지 투덜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나 필요에 따라서 밥풀에게 젠틀리더를 착용해서 입마개처럼 하고 다닌다. 나도 그게 속 편하고, 사람들로부터 안전하게 보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대형견은 무조건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까 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밥풀 인스타그램  |  @kimbobpurii

https://instagram.com/kimbobpurii




매거진의 이전글 집에서 키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