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기억 1

세상에서 제일 가여운 엄마 없는 어른 아이

by 변송자

죽을 고비를 혼자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그녀가 넘 고통스러워 보였다.

죽음도 삶도 그녀에겐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집으로 돌아와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엄마! 많이 힘들지? 미안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자식들이 걱정돼서 떠나지도 못하는 우리 엄마.

엄마가 바라는 대로 잘 살아갈 테니,

너무 힘들면 이제는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좀 가볍게 훌훌 털어 버리고 훨훨 날아가도 좋아.’라고 말이다.


거짓말처럼, 다음 날 이른 아침 그녀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꽃으로 둘러싸인 그녀의 사진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녀가고,

그녀는 작은 용기 안에 쏙 들어갔다.

그녀를 태운 버스는, 그녀가 살아온 흔적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던, 이제는 온기가 사라져 버린 집 안을 지나,

집 주변 땅에 그녀가 심고 가꾸었던

사과, 복숭아, 포도, 자두, 매실나무들을 스치듯 쓰다듬었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그녀가 삶이 버거울 때마다 올려다보았을

지붕 위에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마침내 버스는 깊은 산속, 그녀의 영원한 안식처로 향했다.

‘우리 엄마는 바다만 보면 속이 뻥 뚫린다고 했는데,

이 산속이 답답하지는 않을까?’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 고요하고 평온한 산속이 어쩌면 고달팠던 그녀를

조용히, 따뜻하게 품어줄지도 모른다며

나는 애써 애달픈 마음을 달래 보았다.


모든 의식이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왔다.

덤덤히 넘기고 있다고 믿었던 슬픔은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짐승 같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쳐지지 않아 숨이 가빠지고

목이 막혀 꺼이꺼이 컥컥거리는 사람 같지 않은 울음이었다.

‘이제 그만 가도 좋다’고 건방지게 이야기했던 자신이

너무 밉고, 너무 죄스러워

온몸을 떨며 한참을 울었다.

얼마나 울었던지 온몸에 힘이 풀리고 큰 숨이 쉬어지게 되었을 때 어떤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엄마가 안 계셔서 슬픈 거니?

엄마 없는 네 신세가 처량해서 우는 거니?’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엄마 없는 어른 아이’가 된 내가

너무 가여워 울고

자기 서러움을 못 이겨 세상에서 제일 슬픈 울음을 토해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이 상황에서도 철없고 이기적이기 만한 자식인 내가 미워 고개를 흔들다 잠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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