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또 다른 나

나를 보듯 그를 보다

by 변송자

스스로 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따로 또 같이'의 말처럼 각자의 영역에서도 즐겁게

함께 있을 때도 즐겁게 지내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살고 있고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약속이 있어도 미리 말해주기로 한 원칙만 지키면 누구를 만나는지 언제까지 올 건지등 구체적인 건 서로 묻지 않는다.

어차피 만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테니까 미리 궁금해할 이유가 없기도 해서.

출장을 가서도 서로 연락을 별로 하지 않는다.

연락할 만한 상황이 되면 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일상에 집중하는 편이고 그것 또한 그리 서운치 않았다


남편은 3주째 장기 출장 중이다.

여러 가지 사정상 바쁘고 정신없기도 하겠거니 생각한다.

나 또한 하루가 그리 한가하지 않기에 연락을 딱히 기다리지는 않는다.

그런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다.

가끔 늘 보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오늘은 우리의 그런 모습을 새삼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린 서로에게 질문을 하나?

우린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있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분은 어떤지

아픈 데는 없는지

뭘 먹었는지 등등

이런 것들이 궁금하지 않은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함께 오래 살았으니, 특별할 것 없이 매일이 비슷비슷하니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이인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서운함'이 보인다.

아직까지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고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별 것 아닌 것들을 물어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아이고... 우리 ㅇㅇ이 많이 서운했네!"

내 마음에게 말을 걸어 본다.

툭 터지는듯한 뭔가가 느껴지는 듯하다.

"음. 그랬나 봐. 나 많이 서운했네."

"그럴 수 있지. 그래서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라고 물어 봐 주었다.

그랬더니 이야기한다.

"상대를 존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의 생각과 의향을 물어 봐주는 것이래.

그런데 우린 서로에게 묻질 않아.

궁금해하지 않아.

각자 마침표와 느낌표를 찍어.

그게 마음에 걸려.

늘 말이 많거나 표현이 과해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고, 언제나 마음에 차지 않는 부족함이 느껴질 때가 대부분이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표현했지만 공감을 받거나 위로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라는 깊이 숨겨 두었던 마음이 툭 튀어나온다

"그랬구나.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쌓였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둘 사이 오고 가는 존중과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야?:

"음... 표현이 적고 서툰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의심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의 특성상 누구에게도, 무엇을 하든, 실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표현하는 데는 그다지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거든."

"그런데 너네는 부부쟎야? 부부가 서로를 대할 때도 다른 이들을 대하듯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

"그러게. 사실 그 부분이 마음에 좀 걸려.

가장 친밀한 사이인데 다정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타인과 비슷하게 대한다는 생각이 들면 서운함이 밀려오기도 하고, 타인을 우선시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화가 치밀기도 하거든.

그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었는데 그는 상대에 대한 예의나 그 상황에 적절한 대처 같은 것이었다는 말을 반복했어.

그때마다 난 공감받거나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

"생각 보다 오래된 서운함이 있었구나! 그래서 외롭다고 느끼니?"

"외롭다고 느끼기도 하지. 그렇지만 나만 느끼는 외로움은 아닐 거라 생각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는 외로운 법이니까, 특히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외롭겠지.

그래서 '장미의 가시'같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

함께 살아가려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인데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감정을 추스르곤 했어"

"그랬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졌던 거야?"

"완전히 평화로워진다기보다는 그럴 수 있지 하는 정도

그리고 나를 보듯 그를 보기도 해.

나의 모습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관심을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서운하거나 불편한 것들에 대해서도 표현하지 않을 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나도 부족하고 어설프면서 상대가 완벽하기를 바라는 건 헛된 욕망 같은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약간의 미안함이 느껴지면서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

"그렇구나.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좀 어때?"

"서운한 감정은 결국 바라는 게 있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기에 생긴 것 같아.

그래서 내가 바라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

서운한 감정으로 대화를 하면 상대를 비난하기 쉬울 것 같으니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하면 피하거나 방어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니 지연스럽게 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고, 공감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같은 것도 생기고"

"그래. 그럼 이번에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그렇게 이야기해보자!"

이렇게 내 마음과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상대는 또 다른 나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나를 존중하는 것이고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만난 순간부터 나와 그를 함께 보려 노력하게 되었고, 함께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나침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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