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소란스럽지만 평화로운 나의 퀘렌시아
일요일 오후, 창가로 스며드는 봄 햇살이 유난히 따사롭습니다.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먹고 향긋한 커피 한 잔까지 곁들이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맑아집니다. 모처럼 마주한 휴일의 여유를 그저 집 안에서만 흘려보내기엔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집 근처 카페라도 가자'는 생각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길가에 쑥쑥 올라온 쑥을 보니 문득 어린 시절의 내가 다가옵니다. 봄나물을 뜯으러 들판을 뛰어다니던 그 아이를 따라, 저 멀리 산과 들로 달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 둥실 떠오릅니다. 잠시라도 쪼그려 앉아 경이로운 생명력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어 집니다. 진한 봄의 향기로 온몸을 물들이고 싶은 계절입니다.
현실의 발걸음은 어느덧 목적지인 카페 '투썸플레이스'에 닿습니다. 강변 뷰가 좋은 카페보다는 덜 붐빌 것 같아 선택했지만, 이곳 역시 활기로 가득합니다. 다행히 빈자리 하나를 발견해 나만의 영역을 표시해 두고 주문하러 갑니다. 줄을 서 있는 사람들과 음료를 기다리며 주변을 서성이는 이들로 북적이는 공간. 그 활기 속에 묘한 안도감이 흐릅니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마주 앉아 감정을 나누는 모녀, 아이와 나란히 앉아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젊은 엄마, 대화 삼매경에 빠진 아저씨들, 노트북으로 무언가에 몰두하는 남녀, 그리고 독서 모임이나 스터디를 즐기는 이들까지. 저마다의 필요와 목적을 품고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을 보며, 이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을 넘어 하나의 '복합 커뮤니티'가 되었음을 체감합니다.
사실 밖에서 에너지를 쏟고 집으로 돌아가면, 몸은 이내 나무늘보처럼 늘어지곤 합니다.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고 널브러지기 일쑤라, 집중해서 읽어야 할 책이나 과제가 있을 땐 고민 없이 집을 나섭니다. 이것이 의지의 문제인지, 체력의 문제인지, 혹은 분위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이 홈'이라는 편안한 영역 안에서는 도무지 일으켜 세울 수 없던 나를, 카페라는 공간은 기어이 의자에 앉혀 집중하게 만듭니다.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혼자만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는 이 아이러니함. 낯선 이들의 활기찬 소란함이 오히려 나의 몰입을 도와주는 이 즐거운 역설이 꽤 마음에 듭니다. 오늘도 나는 이 소란스러운 안식처에서 나만의 일요일을 완성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