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365, 나와의 약속!

by 변송자

먹는 것을 좋아하고, 굶는 것을 힘들어하는 중년의 몸은 참으로 정직하다.

나름 관리를 한다고 필라테스도 다니고, 골프 연습장에도 매일 가며 열심히 움직인다고 생각했는데, 중부지방의 풍성함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옆에서 남편은 말한다.

“그건 뛰지 않으면 절대 안 빠지는 뱃살이야.”

얄밉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나이가 든다는 감각이 점점 또렷해지면서 건강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지금 이 시기에 내가 가장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단순했다.

건강.

몸은 점점 굳어갈 것이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늘어날 것이다.

그 생각에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건강관리와 체형관리, 그리고 스트레스까지 함께 다뤄볼 수 있는 방법.

러닝.

이름하여

‘러닝 365, 1년 프로젝트.’

1년 동안 꾸준히 달리며 나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다짐이자, 나와의 약속이었다.

예전에도 강변의 야경을 보며 달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달리지 못할 이유는 언제나 충분했다.

날이 추워서, 비가 와서, 미세먼지가 많아서,

매일 달리면 관절에 안 좋을 것 같아서.

마음만 먹으면

달리지 않아도 될 이유는 끝없이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슬쩍 동의까지 구하고 나면

뛰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안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늘 흐지부지 끝나곤 했던 나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시작하기로 했다.

재미없고 지루해서 절대 못 하겠다고 생각했던 러닝머신에서부터.

우선은 습관이 먼저였다.

뛸 수 없는 이유는

결국 내가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러닝을 습관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는 순간,

몸은 옆으로 미끄러지듯 누워버린다.

그 상태에서

즐기지도 않는 운동을 위해 몸을 일으키는 일은

매번 작지만 견고한 결심이 필요했다.

움직이기 싫을 때 마다 묻기 시작했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진짜 오늘 안 가도 될까?”

“이렇게 하루 이틀 빠지다 보면 또 멈추게 될 텐데, 괜찮아?”

아홉 시 삼십 분에 시작된 고민은

아홉 시 오십 분이 되면 끝이 난다.

몸을 털고 일어나는 것으로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어렵사리 1차 관문을 통과하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짧은 걸음 동안 스스로를 다독인다.

“잘했다. 잘했어.”

러닝머신 위에 올라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면

늘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하지만 어차피 힘든 것, 달리고 나면 마음이라도 가벼워질테니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달려 본다.

15분쯤 지나

‘이제 좀 달릴 만하다’는 생각이 들고,

3킬로를 넘어서면

5킬로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5킬로를 달리고 나면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그 땀이 흘러내리는 느낌이 좋았다.

마치 나의 게으름까지 함께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아서.

그 순간의 만족감이

조용히 차오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5~6일을 달렸지만

몸무게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체중의 흐름이 달라지고

몸의 감각이 미세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나는 지금

나와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덧 5개월이 지나고

6개월을 향해 가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매일 저녁 찾아오는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유혹을

여전히 마주하지만,

대체로 나는

그 유혹을 이겨내고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는 날,

남편과 치맥을 나누기로 한 날에는

러닝을 과감히 내려놓는다.

그리고 마음 편히 즐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 편히 먹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이제는 먹는 것을 조금씩 조절하게 만든다.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5개월을 달리고 나니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하루 안에

러닝이라는 시간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

그리고

군살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는 것.

꾸준히 시간과 마음을 들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눈에 띄는 변화보다

매일의 작은 만족감이

나의 몸과 마음에 켜켜이 쌓여

어느 순간

나를 지탱해 주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365일, 5킬로 달리기’ 프로젝트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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