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지 일주일이 되어 간다.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내일이면 돌아갈 시간이다.
나의 시간만 빨리 흘러갔을 리는 없지만 그렇게 느껴진다. 집에 오기 전에는 아내와 아이들 만날 생각에 시간이 더디게 가더니 정작 가족과 같이 있으니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나에게는 일주일의 휴가였지만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계획이 있는 일상이었다. 아내는 총총거리며 학원과 동네 헬스장, 틈틈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보조강의를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다녀와서 각자 매일 할 공부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이 낯설게 느낀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느낌이다. 해외 이직으로 아빠와 남편의 자리가 크지 않을거라 생각 했었다. 뭐랄까.. 어서 중국으로 돌아가 내 자리로 가야 될 것만 같은 느낌. 많은 기러기들이 어쩌다 가족과 보내는 휴가가 이런 느낌일까?. 나중에 은퇴를 하고 나면 이런 느낌일까?. 쓸데없는 생각이 다 든다.
아내와 단 둘이 데이트를 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전철을 타고 명동으로 갔다. 아내는 친구들과 몇 번 먹어봤던 음식을 같이 먹자고 했다.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귀가해야 하는 정해진 시간 동안 외출이었지만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은 점점 커 간다. 몸만 커가는 게 아니고 머리도 커 간다. 아빠가 하는 말은 잔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아빠는 왜 계속 말을 해~, 내가 알아서 할 건데" 이런 말을 들으면 커진 것을 느낀다. 이젠 스스로 할 수 있고 하려고 했는데 왜 말을 하냐는 것이다. 별로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처다 보고 말았다. 어쩌다 만난 아빠가 잔소리만 하는 사람으로 전략해 버린 것 같다. 이젠 아무 말하지 말아야겠다. 더 했다가는 꼰데소리 듣기 딱 좋을 듯하다.
서운함이 없지는 않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는 없다. 아빠,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고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애써 낯선 나의 모습에 담담하게 지내고 내 자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