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오래전 아버지와 혜어지고 우리 형제를 키우셨다. 지금은 모두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니 어머니는 혼자 살고 계신다. 자주 찾아뵌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커 갈수록 그것도 맘처럼 안 된다. 어쩌다 가족이 모이면 손주 5명이 온 집안을 뒤집어 놓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고 하신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머리 아프신가 보다. 혼자 살면서 집안에 고칠 것도 많고 옮길 것도 많아진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전화를 하거나 그것도 안되면 그냥 사신다. 그러다 우리가 가면 이것저것 시키신다.
문제는 우리가 있을 때 시키시면 되는데 없을 때가 문제다.
"00아 리모컨이 안 된다"
"어떻게 안 되는데요?"
"몰라 잘 되던 게 안되네 드라마 할 시간인데"
"00아 혹시 음식물 쓰레기 카드 봤니?"
"그거 냉장고에 붙어있는 주머니에 놨는데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00아 핸드폰이 이상해"
"어떻게 이상 한데요?"
"알람 설정하는 게 없어졌어 내일아침 동창회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00아 김치 냉장고가 이상해"
"어떤데요?"
"너무 열이 많이 나서 꺼야 할 거 같아"
어머니는 곁에 없는 내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전화로 물어보시는 건가? 의심스럽다. 지금 나는 한국에 없는데도 카톡으로 물어보신다. 오늘은 TV가 나왔다 안 나왔다 한다고. 케이블을 조금 건드려 보세요. 그리고 나오면 가만히 놔두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어머니의 해결할 수 없는 A/S 요청은 끝이 없다. 그래도 건강하게 물어보시는 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