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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Apr 27. 2024

고칠수 없는 어머니의  A/S 요청

기록

어머니는 오래전 아버지와 혜어지고 우리 형제를 키우셨다. 지금은 모두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니 어머니는 혼자 살고 계신다. 자주 찾아뵌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커 갈수록 그것도 맘처럼 안 된다. 어쩌다 가족이 모이면 손주 5명이 온 집안을 뒤집어 놓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고 하신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머리 아프신가 보다. 혼자 살면서 집안에 고칠 것도 많고 옮길 것도 많아진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전화를 하거나 그것도 안되면 그냥 사신다. 그러다 우리가 가면 이것저것 시키신다.


문제는 우리가 있을 때 시키시면 되는데 없을 때가 문제다.


"00아 리모컨이 안 된다"

"어떻게 안 되는데요?"

"몰라 잘 되던 게 안되네 드라마 할 시간인데"


"00아 혹시 음식물 쓰레기 카드 봤니?"

"그거 냉장고에 붙어있는 주머니에 놨는데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00아 핸드폰이 이상해"

"어떻게 이상 한데요?"

"알람 설정하는 게 없어졌어 내일아침 동창회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00아 김치 냉장고가 이상해"

"어떤데요?"

"너무 열이 많이 나서 꺼야 할 거 같아"


어머니는 곁에 없는 내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전화로 물어보시는 건가? 의심스럽다. 지금 나는 한국에 없는데도 카톡으로 물어보신다. 오늘은 TV가 나왔다 나왔다 한다고. 케이블을 조금 건드려 보세요. 그리고 나오면 가만히 놔두세요. 내가 있는 건 여기까지다. 어머니의 해결없는 A/S 요청은 끝이 없다. 그래도 건강하게 물어보시는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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