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엄마하고 결혼했어?

둘째의 사춘기?

by 방성진

평소 내가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큰아이는 방에서 둘째와 셋째는 아내와 그날 그날 해야 할 공부를 하고 있을 시간이다. 퇴근 후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니 집안 공기가 냉랭하다. 어느 날부턴가 집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조용한가, 아니면 쓰나미가 지나갔나, 한 마디로 그날의 분위기에 맞춰 행동하는 나 자신을 느낀다. 최악은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다. 그럴 때면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수습을 해야 한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겪는 흔한 일일 수 있으나 나 역시 처음이라 그때그때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다. 둘째가 문제를 일으켰다. 수학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하고 틀린 것까지 고쳐야 그날 할 공부가 마무리되는데 많이 틀렸나 보다. 저라고 틀리고 싶었겠냐마는 어쩌겠나 문제마다 빨간 비가 내리는 문제집을 다시 보기 싫지만 고쳐야 오늘도 무사히 저녁을 보낼 수 있은데 말이다.


엄마와 씨름을 하다가 불똥이 나한테 튀었다. 아빠는 왜 엄마하고 결혼했어?.라고 문제집을 들고 짜증 섞인 말투로 물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조금 난감했다. 음~~,,, 먼 산을 쳐다보며 사랑하니까~. 이런 대답을 원한게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 지금 힘들고 틀린 거 고치기도 싫고 엄마가 잔소리하는 거 듣기 싫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데 괜히 아빠가 있으니 이렇게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심뽀다.


내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어쩜 이렇게도 같은 맘일까. 다른 점이라면 나는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아니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국민학교 고 학년이 어리광을 부린다는 생각을 할 틈을 주질 않았다. 그래서 평소 내 자식은 집에서 만큼은 자신이 할 말은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 초등학교 고 학년이라고 엄마하고 왜 결혼했냐는 심술을 부리니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서 이해를 시켜야 할지 난감했다.


회사에서 근무를 한 참 하는데 셋째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넘겼어?.'

'어? 뭘 넘겨?'

'아빠 오늘 월급날이잖아~~ 엄마한테 돈 넘기라.

자동이체 보다 빠른 셋째의 인간자동이체 알람 전화에 할 말을 잃었다. 퇴근하고 셋째가 물었다. 아빠는 왜 엄마하고 결혼했어?. 월급 받으면 다 엄마한테 줘야 하잖아. 또 할 말이 없었다. 너네 먹이고 입히고 가족 여행 가고 공부하고 등등의 교과서 적인 대답을 해주고, 대신 셋째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너도 나중에 커서 결혼할 남자를 만나면 월급을 다 너한테 넘겨주는 남자 만나~~.


둘째의 속 마음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단지 그날그날 해야 할 공부 때문이 아니었다. 매일 같은 일과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는 아이도 힘들기는 할 것이다. 빨리 어른이 돼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둘째가 일어나기 전 못다 한 말을 짧은 편지로 책상에 놔두고 출근했다.


'어제는 과거일 뿐이고 내일은 알 수 없는 미래일 뿐이야, 그런데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이야.

아침에 눈을 뜨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고민하고 걱정하지 마, 너에게는 오늘이 있어'


그리고 퇴근하면서 둘째에게 도서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다행히 그러겠다고 했고 가져온 몇 가지 문제집을 들고 온 둘째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집중해서 한 보람이 있었고 앞으로도 종종 퇴근 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아내도 나도 바쁘지만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사춘기가 빨리 온 건지, 아니면 점점 커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저런 방향은 알려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