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크루가 되다.
내가 연습하는 장소는 크게 세 곳이다. 체육센터 옆 시민 운동장 트랙, 아파트 주변 코스, 체육센터 내부 헬스장 이렇게 구분된다. 비가 올 때 헬스장 이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야외에서 달린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야외에서 달리면 남녀노소 달리는 사람들이 참 많다. 혼자 달리는 사람도 많지만 둘, 셋 아니면 여럿이 모여서 같은 속도로 달리는 크루들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저녁 시간을 정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른 아침 혼자 달린다.
혼자 달리면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어서 좋지만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오늘은 힘들어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도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서로 의지해 가면서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혼 자 연습하다가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오히려 성적이 좋을 때가 있다. 아마도 함께 하는 분위기에 힘을 더 얻어서 달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아내는 자신도 달리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운동을 안 해서 살도 찌는 것 같고 더운 날씨에 차라리 운동해서 땀을 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퇴근 시간에 맞춰 준비해서 운동장에서 뛰자고 했다. 엄마가 달리기를 한다고 하니 둘째와 셋째도 덩달아 같이 하겠다면서 함께 하게 되었다.
작지만 네 명의 크루가 되었다. 뜻을 함께 하는 모임이 된 것이다. 오랜만에 달리는 아내는 힘에 부치는지 숨이 턱에 차고 아이들은 서로 잘 달린다며 경쟁을 하면서 달렸다. 나는 아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함께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호흡을 맞춰 같이 뛰어보니 달리는 게 한결 편했다. 나도 모르게 앞서가면 속도를 줄여서 같이 가고 '한 바퀴만 더'라고 외치면서 함께 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천천히 달려야 오래 달릴 수 있다. 누가 더 빠르냐며 최고 속도로 달리던 아이들은 금세 지쳐서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처음 앞서가던 아이들은 어느새 뒤처지면서 같이 가자고 소리를 친다. 함께 뛰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다. '멀리 달리려면 천천히 뛰어야 달릴 수 있단다. 너처럼 질주를 하듯 달리면 오래 못 달리니까 아빠 속도에 맞춰서 달려봐. 몸에 힘을 빼고 보폭을 좀 줄이고 그렇지. 어때? 편안하지?. 그렇게 하면 같이 오래 달릴 수 있어.' 앞으로 살아가면서 빨리 달려가려는 마음보다 자세도 보고, 호흡도 가다듬고 주변도 보면서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네 명의 크루가 달리기를 시작 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호흡을 맞춰 다섯 바퀴, 열 바퀴를 뛰고 있다. 무더운 여름 저녁 같은 속도로 호흡을 맞춰 달리는 시간이 더위를 식혀준다. 덕분에 새벽과 저녁 하루 두 번을 달리는 나는 힘들지만 가족 크루 달리기가 시작하면 힘이 나고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