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도대체 뭘 위해서 달려요?

by 방성진

주말 마침은 주로 '거리주' 시간에 상관없이 달릴 거리를 정해놓고 달린다. 평일에는 시가에 쫓겨 여의치 않기 때문에 주말 아침을 이용해서 달린다. 아직 여름이라 기온이 오르기 전 새벽에 달려야 그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새벽 4시 반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각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좁은 하천이 나온다. 하천은 한강으로 흐르는데 이 길 따라 왕복 달리기를 한다. 편도 12킬로, 왕복 24킬로는 요즘 내가 달리는 거리이다. 주말마다 2~3킬로 정도를 늘려가고 있는데 마지막 1~2킬로는 참 힘들고 걷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처음 목표는 시간과 상관없이 뛰려고 했던 것이 해가 떠서 강렬한 빛이 느껴지면 체력이 더 저하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을 줄이는 달리기가 되고 만다.


주말 새벽 운동을 마치면 온몸이 땀에 젖고 어굴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옷은 양말까지 젖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두세 시간을 달리고 집에 와서 아내가 차린 밥을 먹는데 운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던 아내가 '뭘 위해 그렇게 달려? 좀 적당히 달리면 안 돼?'라고 묻는다. 지금 까지 그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지?. 매일 새벽 일어나서 달리고 주말은 더 오래 달린다.


다이어트를 위해 달였다. 10분 20분 달리기를 시작으로 점차 늘려가기 시작했고 몸무게도 점차 줄었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식단과 병행하고 있으니 꾸준히 하면 될 것 같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마음만 앞세워 무리하다가 부상을 입지 않아야 한다. 적절히 조금씩 늘려 가는 게 관건이다.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달렸다.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면서 자연습럽게 대회 참가를 해서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10킬로 하프 코스 대회에 참가했었다.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10킬로는 '한 시간 내에 들어와야 된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완주를 목표로 했지만 괜히 그 말이 신경 쓰인다. 나는 왜 못 했을까. 그러면 내 마음 한편에 남들처럼 기록을 못 낸 아쉬움이 남아서 지금 이렇게 달리고 있는 것인가?.


아침 식사를 하는 내 옆에서 무심코 건넨 아내의 질문에 답은 아닌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그럴듯한 답을 찾지는 못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트랙을 달리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몸은 가라앉는 느낌이다. 트랙을 달리는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 추월해 간다. 나는 속도를 내서 따라가려고 해도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 다가가지를 못 했다.


결국 달리기를 멈추고 걸었다. 아쉬웠다. 걷다가 벤치에 앉아 트랙을 바라봤다. 한눈에 봐도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달리는 모습의 한 젊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걷는 속도보다 빠르게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달리다가 지치면 걸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달렸다. 꽤 오래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속도에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하고 있었다.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거구의 몸을 이끌고 걷다 뛰다를 반복했던 나의 모습이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힘들면 걷던 내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린다고 타인의 시선과 기록에 신경 쓰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과연 지금 난 나만의 속도와 건강을 위해 달리고 있나.

아내가 던진 질문에 답을 하지 못 했던 이유는 초심을 잊고 오직 결과로 보여 주겠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