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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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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Feb 08. 2021

퇴사 시즌2가 시즌1과 다른 점

퇴사 후의 시간을 보내는 이 곳이 다르다

스트레스는 여러방향에서 몰아친다. 인간관계, 금전문제, 부부갈등, 직장문제, 삶의방향 등 등 모두가 저 마다의 방향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는 대부분의 것들에 대한 해결책은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망가져버린 회사와 가정의 수평계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 이를 위해 회사밖에서 적게나마 수입을 얻기 위한  것이 무얼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그렇기에 퇴사록 시즌1은 너무나도 갚진 경험이었다. 적게 벌어도 잘 살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시작했고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생각과 고민만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값진 교훈은 회사로 돌아가 회사안에서의 일과 함께 회사밖에서 적게나마 수입을 얻기 위한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시즌 1에서의 스트레스 요인 중 또 하나는 '생각' 그 자체였다. 생각은 뿌리와도 같았다. 누구는 얼마를 벌었네, 아파트가 얼마가 올랐네, 고급차를 샀네, 사업을 시작했네, ... 비교는 사람을 병들게 했고 생각은 이를 양분삼아 잔뿌리를 내리고 또 내렸다. 생각은 생각을 낳았고 또 생각을 낳았다. 생각 스위치를 꺼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하루하루 쉴새없이 이슈가 만들어지고 몰아치는 도시의 움직임에 쉬이 끌 수 가 없었다.


 한달여가 지난 현재, 시즌 2는 시즌 1때와는 적지 않게 다르다. 시골 한적한 곳에 귀촌하여 결이고운가를 짓고 살고 있다는 것과 아내가 집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시골에서 집근처 직장을 구하는 일은 꽤나 힘들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며 병행했던 일을 작게나마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용한 결이고운가에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매미 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얼마전 아내가 만들어 놓은 연못에 자리를 튼 개구리 울음소리만 들리는 지금 이 순간. 나무가 우거진 숲이 바람에 흔들리면 잠시 후 나무의 냄새를 머금은 그 바람이 내 볼이 다다르는 이 순간들이 시즌 1과는 다르다. 생각 스위치를 완전히 끄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절전모드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 엄마가 보내준 양념게장 택배를 열어 아내와 함께 꽃게를 한입 깨어무니 '행복하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가 지금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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