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귀촌 후, 육체노동을 통해 생각스위치를 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당있는 집에서 산다는 건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 숯불고기도 궈 먹을 수 있고 마당개도 키울 수 있고 꽃도 심고 먹을것도 심고 ...등등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마당있는 집으로 오기 전에는 몰랐던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바로 육체노동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사실. 스마트폰만 켜면 없는것 빼고 다 있는 세상이다. 알고 싶은 것들을 찾아주기도 하지만 알고 싶지 않은 것들, 듣고 싶지 않은 것들을 찾아주기도 한다. 머리 속이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적당한 생각은 이롭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해롭다. 생각스위치가 있어서 필요할 때 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또 생각) 들때가 종종 있다.
양평에 귀촌 후, 육체노동을 통해 생각스위치를 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잔디를 깔기 위해 삽질하고 잔디관리가 어려워 걷어내고 디딤석을 깔기 위해 삽질하고 정원을 가꾸기 위해 삽질하고 텃발을 일구기 위해 삽질을 한다.
귀촌 후 5년동안 반복했던 삽질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삽질을 하는 동안만큼은 내 머리속은 백지상태였다는 사실을.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생각스위치를 삽질로 스위치오프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물론 의미없이 허공에 대고 삽질을 하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정원, 즉 우리의 little paradise를 기대하며 삽질을 시작한다.
아내의 말처럼, 아무생각없는 여름이의 눈을 바라보면 힐링이 되는 것처럼, 삽질을 결과로 일구어낸 우리만의 little paradise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오늘도 난 삽질을 통해 생각스위치를 끄고 삽질을 통해 일구어낸 정원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는다.
- 어느 삽질 중독자의 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