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도 잡지도 좋지만 책에 담기는 건 더 좋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빨간 우체통이 무거워 보인다. 뚜껑을 열어보니 하얀 비닐로 포장된 묵직한 책 한 권이 들어있다. 보낸 사람의 공간에는 EBS 작가님 이름이 적혀있었다.
'아, 책이 왔구나.'
여전히 애청 중인 'EBS 건축탐구 집' 이 책으로 나왔다. 방송에 소개된 집 중 40여 채가 등장하는데 고맙게도 결이고운가를 담아 주었다. 집을 짓기로 결정하고 도서관에 가서 건축에 관련한 책들을 적지 않게 둘러봤었다. 어떤 책은 건축학적 지식만을 담았고 어떤 책에는 이미 집을 지은 집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건축을 앞둔 사람으로서 부러움의 시선으로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귀촌 후 집짓기 5년 차에 접어든 나는 책에서 읽었던 그들의 마음을 이제는 공감할 수 있다. 귀촌 후 집짓기 과정과 감흥 그리고 시골에서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적게 벌어 잘 살아보려는 노력들을 책에 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진다. 방송도 잡지도 의미 있지만 책에 담기는 건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집을 짓기로 했던 나의 5년 전처럼, 지금 이 순간 집 짓기를 결정한 누군가도 수많은 건축 책 중 하나로서 '건축탐구 집'을 펼쳐보며 우리 집 이야기한 줄에 귀를 기울일 날이 오지 않을까.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책 쓰기가 현재 진행형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이고운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린 듯 호들갑이지만 딱 3페이지에 글 몇 줄과 사진이 실렸을 뿐이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