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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Nov 26. 2021

창백한 푸른 점

무엇이 당신을 괴롭히는가. 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2021 난 다락이 느무 느무 좋다                                                   

                

예전에 텐인텐이라는 커뮤니티가 있었다.(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십 년 안에 십억 모으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을 얻기 위함도 있었지만 다른 이들의 지혜를 얻기 위함도 있었다. 이곳의 글들을 읽을 때마다 감동의 물결이 출렁이고는 했었다. 하지만 그 물결의 이면에는 항상 의문과 막막함이 더 크게 출렁이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우? 십억을 모은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는 커도 너무 컸다. 내가 받고 있는 월급 그리고 내가 쓰는 지출을 쥐어짜 낸다 한들, 십억은 얼토당토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서는 십억을 달성했다며 빵빠레를 터뜨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었다. 언빌리버블, 역시 돈은 버는 사람이 버는 것이었다. 난 단지 버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을 방문하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배가 아파서 더 지켜보기 힘들었다. 그들이 이루어낸 그 큰 자산이 내 앞을 만리장성처럼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아 숨이 막혔다. ‘경제적 자유는 아무나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 딱 하나를 얻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5억이 되고, 경기도 외곽에서 5억 이하의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애증의 텐인텐 커뮤니티를 등지고 난 후, 17년이 흘렀다. 그때의 그 사람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었다.



“대출 영혼까지 끌어다가 아파트 사라!” (사실 17년 전에도 이런 말이 있었다)



 17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거 안 팔고 있었으면, 이거 사 놓았으면, 저 집은 5억이 올랐다네, 아이고 부러워라’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침에 말아먹은 배추 된장국이 얹혔나? 왜 이렇게 배가 아프지?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찍은 지구 사진



 사회의 어지러움과 냉랭함에 오들오들 떨던 17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칼 세이건’이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우주라고 하는 넓고도 지난한 학문을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책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한 위대한 과학자이다. 수 십 년 전 태양계를 벗어나려던 보이저 1호의 카메라 방향을 태양계 밖에서 지구 쪽으로 돌렸을 때 찍은 사진을 보며 그가 던진 한 마디가 있다.



“창백한 푸른 점”



 이 조그만 점의 한구석의 일시적 지배가가 되기 위해 장군이나 황제들이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 이 점의 한구석의 주민들이 거의 구별할 수 없는 다른 구석의 주민들에게 자행했던 무수한 잔인한 행위들, 이 점의 한구석의 한구석의 한구석에 태어나 시기하고 질투하고 오해하고 미워하고 한구석의 누구는 십억을 벌어 이십억을 벌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또 한구석의 누구는 십억을 이루어낸 그들에 배 아파한다.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지금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그 모든 것들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지구에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다. 천문학은 인격 수양의 학문이라더니 칼 세이건의 말들이 심약한 나를 심심찮게 위로해 주었다. 회사에서의 권력싸움, 사람과의 관계, 시기, 질투.. 등등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나는 한국을 벗어나 세계로 향했고 지구를 벗어나 저 멀리 이제는 가늠조차 안되는 곳의 보이저 1호가 되어 ‘창백한 푸른 점’ 속 한구석의 나를 바라보면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당신은 십억이 넘는 아파트에서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고 나는 시골의 작은 마당이 딸린 작은 주택에서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살던 약간의 행복감이 들면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다.



무엇이 당신을 괴롭히는가. 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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