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만에 끝나는 여섯 살 아이의 인형 이름 짓기
몇 해 전,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줄기차게 드나들던 적이 있었다. 연간회원권을 끊었으니 뽕을 뽑자는 프롤레타리아적 마인드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했고 수중생물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아드님 때문이기도 했다. 아쿠아리움을 둘러보고 나오면 엄청난 장난감들이 꼬꼬마들을 유혹한다. 여기저기서 울고 불고 쌩 때를 쓰는 꼬꼬마님들이 눈에 뜨이는 건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엄마가 쉬이 지갑을 열지 못하는 건 살벌한 가격 때문이었다. 아들 또한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졸라댔지만 강도가 그리 세진 않았었다. 그래도 사슴 같은 눈망울로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그것을 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섯 살 먹은 아들 녀석은 요 방법이 생떼를 쓰는 것보다 더한 효과를 거두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들에게 선사한 아쿠아리움 표 선물이 꽤나 될 것 같다. 손바닥만 한 12,000원짜리 공룡 미니어처가 몇 개던가. 나중에 커서 공룡이 되겠다고 공언하던 아들이었으니 공룡을 득템 하는 것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들이 데리고 있는 모든 장난감 친구들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쿠아리움 표 장난감부터 초등학교 앞 드르륵 소리를 내며 돌리면 덜커덩하고 나오는 500원짜리 뽑기 장난감까지... 모두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또 깨달은 한 가지... 아들의 작명 실력이 뛰어나다는 거...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 이름들이 너무나 잘 어울리고 입에 착착 달라붙어 감탄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장난감이나 인형을 사주면 아들에게 종종 묻곤 했다. 한 5초나 생각했을까. 아들의 입에서 서슴없이 이름이 툭툭 튀어나왔다.
"얘는 이름을 뭘로 할 거야?"
"응, 얘는 수달이니까 코코요, 얘는 여우니까 여우보..."
수달인데 왜 코코요일까, 당연하다는 듯 나오는 이름이 신기하기만 하다.
얼마 전, 집에서 놀던 아들이 거실 바닥에 그 오래전 아쿠아리움에서 선물 받았던 코코요와 여우보를 눕혀놓고 이불을 덮여주었다.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아내와 나는 한참이나 웃었다. 그리고 몇 해 전 아빠와 손잡고 줄기차게 다니던 아쿠아리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아들은 오래전 사주었던 그 코코요와 여우보를 끌어안고 잠이 든다. 이 친구들이 없으면 여기저기 찾느라 난리가 난다.
매일 매일 아들을 재우고 몰래 나와 아내와 단둘이 저녁시간을 보낸다. 그리곤 잠들기 위해 슬그머니 아들 옆으로 가서 누울 때면 아내와 난 또다시 미소를 한껏 지으며 아들에게 찐한 뽀뽀를 날린다. 아들이 코코요와 여우보를 꼭 끌어안고 잠든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