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아들의 방귀에 자존심이 실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는 무엇인가요?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이의 방귀소리요!
쫄깃한 아들의 궁둥이에서 나오는 방귀소리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녀석의 우스꽝스러운 표정,
'똥''똥'거리는 아들의 입모양,
저녁 6시면 어김없이 변기에 앉아
힘을 주는 모습,
그리고 이후에 터져나오는 경쾌한 소리,
동물원에서 보았던 온갖 동물들의 소리, 등등
당신의 귀여운 아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것들 말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아내와 나는 녀석의 귀여움에 푹 빠져버렸다.
아들이 고약한 냄새가 나는 방귀라도 한번 "뿡"하고 뀌어주면
아내와 난 아들이 귀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우~ 냄새~" 라며 반응하면
아들은 궁둥이를 들이대고 입으로 "뿡~뿡"거리며 신나라 했다.
아들의 행동에 대한 오버액션은
한참 동안의 놀이거리가 되고는 했다.
아들이 여섯 살이 되었다.
누가 그랬던가.
여섯 살부터는 인생이 있다고.
녀석은 종종
"내가 아기일 때~"
라는 말을 꺼내곤 했다.
그림을 그려와 자랑하듯 펼쳐 보이며
"풀을 뜯어먹고 있는 브라키오 사우루스야."
라고 말한다.
너무 신기해서 웃음으로 표현하면
녀석은
"웃지 마~~~ 아! 아빠랑 안 노오라!"
라고 쏘며 방문을 쾅 닫아버리곤 했다.
아들이 여섯 살에 들어서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아들의 방귀였다.
이제 아들의 방귀소리에
아내와 나는 예전처럼 반응할 수 없게 되었다.
여섯 살 아들의 방귀에 자존심이 실린 것이다.
냄새나는 방귀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하지만
아들의 방귀소리에 웃음꽃을 피웠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아들의 뽕뽕거리는 방귀소리를 들어도
그 소리에 담긴 앙증맞음을 밖으로 꺼낼 수가 없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뒤를 돌아
아들의 귀여움에 대한 감정을 눈빛으로 해소한다.
아쉽지만 어쩌랴.
여섯 살 아들의 자존심이 허락 치를 않는데.
오늘 밤에도 아들을 씻기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옆에서 잠이 들려는 찰나,
여섯 살 아들은
"뽕"하고
자존심 가득 담은 방귀를 뀌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