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퇴사록

선한 늑대와 악한 늑대

일을 바꾸기보다는 일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by 우노
"감정은 선택의 문제인거야"


네덜란드 스헤브닝겐 해변 @2015


10년이상을 해왔던 일이 언제부터인가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수단일뿐, 재미나 열정을 위한것은 아닌것이 되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에 장기출장에 재미와 열정은 물론 영혼도 없이 이 일을 계속해 나아가는 것은 나를 좀 먹는 일이라 생각했다. 무엇이든 해야했다. 나의 영혼마저 남김없이 갉아먹히기 전에 무엇이든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채 생각하고 잊고 생각하고 잊고를 반복, 지치고 힘들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엔 안쓰러움과 위로가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것 같은 나의 마음에 아내의 한마디는 도피처이자 커다란 위안이었다.


"그만두고 조금만 쉬자. 쉬어도 돼. 10년이 넘게 쉼없이 일했잖아. 쉴 자격있어."


네덜란드 스헤르토겐보스 @2015


그렇게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직계획도 어떤계획도 없었다. 이 직종에는 다시는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계획뿐이었다. 무작정 그만둔다고 새로운 일과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것이라는 기대보단 가족여행을 통해 지친영혼과 육체에 위안이 될수 있을것이란 생각이 더욱 컸다. 업무 특성상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을 충족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한 업종이라 생각했고 업무능력, 재미, 열정의 한계는 이를 뒷받침했다. 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고 정보를 수집했으며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은 좀처럼 차분해지지가 않았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2015


어느날, 자주가던 평촌의 국수집 형님이 형수님과 함께 우리집에 놀러왔다. 90년대 초반 대학시절에 자전거로 유럽을 일주하신 멋진 형님이다. 평촌의 국수집을 넘기고 범계에서 새롭게 국수집을 오픈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주셨다. 형님은 내가 회사를 그만두기전에도 후에도 가족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건강한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주셨는데 이번에도 차분하게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아직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이 재미와 열정이 없고 가족과의 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무작정 현재의 일들을 멈추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일을 멈추는 이유가 단지 쉬기위한 것이라면 괜찮구요.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보는것은 어떤가 싶어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2015


우리의 감정은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나바호 족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늑대 두마리가 싸우는데 한마리는 기쁨,평화,사랑 등의 긍정적인 의미이며 한마리는 분노,질투,탐욕,열등감의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어떤 늑대가 싸움에서 이길까?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다고 한다. 내 앞에 놓인 직장, 일을 바라보며 어느 감정을 고를지는 나의 선택인것이다.



어젯밤에 나누었던 마눌님과의 건강한 대화들에 얽혀있던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내 또한 국수집 형님의 말에 공감을 했고 이를 토대로 우리 가족의 상황에 맞는 롱텀플랜과 숏텀플랜을 의논했다. 너무 먼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악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어 먼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고민은 안은채 살아가지 않도록 하자는 생각말이다. 좋은 사람과 건강한 대화를 나누더라도 정리가 되지 않으면 내것이 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좋은 책을 읽고 누군가와 뜻있는 대화를 나누었다면 반드시 사색하고 글로써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오늘 나는,

당장 일을 바꾸기보다는 일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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