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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Jun 22. 2016

여섯 살의 쿠폰북

아들의 쿠폰이 오래전 아버지의 등을 밟아드리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어제 여섯 살 아들이 유치원에서 쿠폰북을 가져왔습니다. 재롱부려 엄마 아빠 웃겨주기, 정리 정돈 하기, 뽀뽀해주기, 등 쓸만한 쿠폰들이 꽤 많더군요. 그중에서 아내와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쿠폰이 있었습니다. 


'사랑의 안마 쿠폰'


우리는 즉시 쿠폰을 아들에게 제시합니다.


"엄마는 여기, 아빠는 여기 엎드려."

"이렇게?"

"아니, 요렇게.."

"요렇게?"

"좋아. 이제 가만히 있어~"


엄마, 아빠 안마해주려고 여섯 살 아이가 자리 세팅하는 모습, 정말 귀엽습니다. 그 모습에 반해 한참을 바라봤네요. 오른쪽 발은 아내의 등에 올리고 왼쪽 발은 저의 등에 올립니다. 그러더니 제자리걸음을 시작하네요. "읏차~ 읏차~"하면서...제법 자세가 나옵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집에만 계시면 저에게 등 밟으라고 그러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 다칠까 봐 조심조심 등에 올랐어요. 그리곤 어깨뼈, 허리, 엉덩이를 밟아나갔죠. 밟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아버지는 왜 이런 걸 시키는 걸까? 등을 밟히는 게 뭐가 좋다고 '어~ 시원하다, 흐어~우어어~' 이러시는 걸까'


제가 서른아홉이 되고 아들이 여섯 살이 되어서야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됩니다. 여섯 살 아들의 몸무게는 17kg이 안되거든요. 이 무게는 정말이지 환상적인 몸무게입니다. 등을 밟을 때요. 전문 안마사의 야무진 손길에 버금간다고나 할까요. 아들이 하나, 둘, 하나, 둘, 밟아주는데 어느새 내 입에선 '어~ 시원하다, 흐어~우어어' 이러고 있더라고요. 20kg 내외의 아들이 등 밟아주는 거, 이거 중독성 강합니다. 그 시절 제가 한참 아버지 등을 밟아드리던 그 시절, 저의 몸무게가 그러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10분 정도 밟더니 아들이 내려옵니다. 

'아들, 정말 고마워!'하고 일어나려는 데, 아들이 손을 들며 외쳐요.


"아빠! 아직 안 끝났어! 그대로 있어!"


그리고는 엎어진 채로 만세를 부르고 있는 제 손가락을 주무르기 시작합니다. 열 손가락을 모두 쪼물딱 거리 더니 '흡!' 기합 한번 주고 일어나서는 다리 쪽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습니다. 그리곤 발바닥을 만져줍니다. 종아리, 허벅지까지. 아~ 쪼그만 녀석이 그래도 남자라고 손끝이 옹골차더군요. 무려 30여 분동 안 아들에게서 안마를 받았습니다. 아들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요.

아들을 꼭 한번 안아줍니다. 여섯 살 아이는 땀냄새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오늘, 어제의 그 안마를 잊지 못하고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다시 쿠폰을 제시했습니다. 아들은 어제와 똑같이 온 열정을 다해 안마를 해주더군요. 어찌나 시원한지 아내와 저는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얼마만의 꿀잠인지 모르겠어요. 아들 덕에 정말 맛있는 낮잠을 즐겼습니다. 꿀잠을 자서 그런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기분이 삼삼합니다.


흠, 내일은 아들에게 어떤 쿠폰을 사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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