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라고
아내와 나는 결군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글을 가르치지 않기로 했었다.
여섯 살 꼬마가 글을 읽는 모습을 보고 잠시 흔들리기도 했었지만
우리는 결군이 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 잘 지켜왔다.
나의 교육철학이라기보다는 육아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아내의 철학에 흡수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초등 입학 전에 글을 가르치지 않기로 한 아내의 이번 결정 또한
옳다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느끼고 있다.
아내는 말했었다.
아이들은 여섯 살이 되면 우뇌가 닫힌다고...
이때 우뇌가 기억하는 창조적 그리고 예술적 경험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아내의 말이 뇌과학적으로 진실이다, 아니다는 중요하지 않다.
난 아내의 생각에 동의하므로.
우리의 계획대로 아들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글을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자기 전에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줄 때 아들은 글자보다는 아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고
그 소리를 그림을 통해 이해하려 노력했을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푸른 바다와 초록 초록 산으로 가득한 지구 위를 사자가 뛰어다니고
태양이 지긋이 눈을 감고 그런 지구를 따뜻하게 비추어주며
흙 색깔을 가진 토성에는 행복한 외계인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