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아진 세상이지만 살아가기가 참으로 힘든 세상
"아빠, 나도 운전하고 싶어~"
요즘 열공 중인 아내가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해서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7시 30분에 일어나 아내를 양평 용문역까지 바래다줬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는 등을 긁고 있는 아빠가 신기했는지 결군은 운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아, 어른이 되면 운전할 수 있어~"
"아빠, 꼭 어른만할 수 있는 거야? 어린이들은 할 수 없어?"
"어, 꼭 어른이 되어야 해"
결군은 한참(? 아이들은 10초만 고요해도 한참인 것 같다.) 동안 고민하는 듯 보였다.
"아빠, 나그냥 운전 안 할래"
"왜? 하고 싶다고 했잖아?"
"어른이 되어야지 운전할 수 있다며~ 난 어른이 되기 싫어.
어린이로 계속 살 거야"
"결아, 왜 어른이 되기 싫어?"
"일해야 되잖아, 아기도 돌봐야 되고, 밥도 해야 되잖아, 놀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어른은 피곤해"
"!!!!"
일곱 살 결군의 시선 속 어른의 모습은 그랬다.
일만 하고
아기만 보고
밥만 하고
놀지도 않고
피곤하기만 한.....
내가 아이였더라도 어른의 모습이 저렇게 비치어진다면
나도 어른은 되기 싫다고 말했을 것이다.
살기 좋아진 세상이지만
살아가기가 참으로 힘든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시선 속 어른이
조금은 놀기도 하는
조금은 행복해 보이는
그런 어른으로 비추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