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퇴사록

산티아고 증후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기도했다

by 우노
퇴사를 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적막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2015


아무런 계획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63일간의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한국으로 돌아갈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려움같은 감정을 느꼈다. 애써 감추고 아닌 척 나 스스로에게 다그쳤지만 그것은 분명한 두려움이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다시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 갑갑함, 퇴사를 한 나로서는 다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적막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안에서 @2015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기도를 했다.


여행 중 느꼈던 설렘, 편안함으로 가득 했던 충만한 날들, 사소한 풍경 한곳 한곳 바라보는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계속해서 나를 이끌게 해달라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기도했다.


네덜란드 호헤벨루베 국립공원 @2015


책을 통해 산티아고 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한달여가 지나고 집 앞 도서관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순례길을 마친 후 길에서의 감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순례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티아고 증후군'이라는 것으로 아무 이해관계없이 그저 걷기만 하다가 순례길의 마지막에 다다를때면 다시 거미줄같은 이해관계에 얽혀 정신없이 살아야 하는 삶에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는 현상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호헤벨루베 국립공원 @2015


산티아고 증후군은 잠시 스쳐지나가는 그런 것이 되었다.


아마도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 일종의 '산티아고 증후군'이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 물론 비행기내에서만 그랬을 뿐, 매사에 긍정적으로 나를 적극 지지해주는 아내로 인해 '산티아고 증후군'은 내게 잠시 스쳐지나가는 그런것이 되었다.


네덜란드 호헤벨루베 국립공원 @2015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나만의 속도로 즐기자.


여전히 나는 쉬고 있지만 그때의 그 기도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책을 읽으며 사색할 시간도 갖는다. 높아만 보이던 다른 이들의 산을 오르려 애쓰지 않고 낮더라도 내가 오를 수 있는 산을 오르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도 한다.알수 없는 미래에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의 이순간을 나만의 속도로 즐겨야겠다는 마음가짐 또한 잊지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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