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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Jul 09. 2019

오늘 아침, 양프스 입니다

맑은 날 양평의 하늘은 아홉살 꼬꼬마를 시인으로 만들어 준다

4년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 그리고 다섯살 아들과 함께 69일동안 여행을 떠났다.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기 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로 했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스위스와 네덜란드였다. 산 속 어딘가에 푹 파묻힌 마을에서 한달여의 시간을 보냈다. 스위스는 괜히 스위스가 아니었다. 청량한 공기와 진한 녹음은 안구를 정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은 어떠했던가. 가로등 하나 없는 산 속 마을에서 바라보던 밤하늘은 또 어떠했던가.


 오늘 아침, 양평의 하늘이 그러했다.

요 며칠 미세먼지의 공습이 없는 양평의 하늘은 '양프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69일동안 떠났던 알프스 여행에서의 다섯살 아들은 이제 '양프스'에서 살고있는 아홉살 아들이 되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린 아홉살 아들이 커튼을 친다.  그리고 기분좋은 강렬한 아침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큰 소리로 외친다. 창문은 작은 캔버스가 되어 버렸다. 


"우와!! 아빠! 오늘도 하늘이 대박이야!"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마당으로 뛰어나간다. 정말 구름 한점이 없다. 아홉살 아들의 감탄사를 빌자면, 세상에나 마상에나...


"시간이 멈춘것 같아"


라며 하늘과 마당을 번갈아 보던 아홉살 아들이 조용히 읊조린다. 바람이 불어서 나뭇잎이 흔들거리고나니 


"이제 시간이 흐른다"


라고 멈춘 시간의 정적을 풀어준다. 맑은 날 양프스의 하늘은 아홉살 꼬꼬마를 시인으로 만들어 주는구나.



 출근 준비 중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간밤에 메시지가 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앞 집 마을 사진가가 양프스의 밤하늘을 찍어 보내주었다. 이 친구는 매년 선물같이 찾아오는 양프스의 밤하늘을 이렇게 보내주고는 한다. 그리고 가슴벅차오르는 그 무언가를 말없이 공유한다.


'아, 좋다.'


양프스에서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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