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따뜻함은 잠시 넣어두세요
회사에서 '정' 이라는 따뜻함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월급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회사로 다시 들어오기로 결정했을 때, 업무적인 말 외의 말은 줄이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짐은 무뎌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직내에서 '정'을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가치관, 인생관을 가지고 있으며 말에서 행동에서 그것들이 드러납니다. 회사에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짧은 시간, 짧은 관계속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만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복입니다.
전 그런 복을 타고 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회사에서 그런 이를 만난적은 없었습니다. 저에게 어려운 것은 이것입니다. 그런 복이 없음에도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철저히 비지니스적으로 대화를 하고 그 선을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대화의 소재가 처음에는 무궁무진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고갈되어 가기 시작합니다. 회사의 업무에 적응하고 경계가 무뎌지며 업무에만 집중해야 할 에너지가 회사동료와의 대화로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비지니스적으로 이끌었던 대화가 '정'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을 기웃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어이 그 선을 넘어버립니다.
대화에 '정'이 깃들기 시작하면 기대를 하게 됩니다. 가치관, 인생관이 실린 말을 건넵니다. 돌아오는 말 또한 같은 것들이 실려 오기를 기대합니다. 돈, 인생관, 가치관, 아내 혹은 남편을 대하는 시선 등등, 전에는 듣지 못했던 상대방의 말들이 여과없이 흘러나옵니다. 기대와는 달리 나와는 다른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부터, 모든 대화가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상대방은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선을 넘기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정'이라는 선을 넘어 대화를 건넸던 나 자신을 책망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의 다짐처럼 선을 넘지 않았다면 철저히 비지니스적인 관계로 차갑게 대화를 나눌지라도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회사에서 대화의 온도가 차가운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곳은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회사는 비지니스입니다. 비지니스적인 대화가 감성적인 대화로 넘어가는 순간, 실망과 경멸이 몰려올수도 있다는 것을 그토록 오래 경험했슴에도 다시 반복을 하고야 맙니다.
3년 전, 퇴사를 하고 10개월의 쉼의 시간을 갖고 재입사를 했습니다. 이 때 나는 회사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SBS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 에서의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회사가 나를 이용하고 나도 회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마음먹은대로 서로 필요한 것들만 주고 받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은 집에서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흐려진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되내이고 선명히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Q. 왜 퇴사록인가요?
A. 퇴사 후, 저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제 삶은 2015년 10월 1일의 퇴사 전,후로 나뉠수 있을만큼 일상을 대하는 시선 또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다시 입사를 했지만, 퇴사록이라는 이름으로 퇴사 이후의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마음만은 여전히 퇴사 중이며 당시의 마음가짐으로 지금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