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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바비앙 Jul 15. 2020

나 사용 설명서 - 화난 감정을 다스리자.

다시 시작

“속았어.. 사기야.. 결혼 전에는 그렇게 생글생글 잘 웃더니 언제부터인지 잘 웃지도 않고...”      


연애할 때까지는 쓰여있던 콩깍지 벗겨지고 현실을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얼버무렸지만 남편의 말이 자꾸 걸렸다. 남편 말이 맞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웃는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아이가 학교 가기 전까지 남편은 회사 일이 늘 바빠 출근만 있고, 퇴근은 알 수 없는 생활이었다. 주말에 좀 쉬려고 하면 호출로 뛰어나가기 바빴고, 금요일 집에 못 들어오는 일도 부지기수다 보니 토요일에 퇴근하는 남편 잠이라도 자게 하려면 나는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피해 줘야 했다. 

오죽하면 친정엄마는 인터넷만 할 줄 알면 사장한테 메일 보내고 싶다고 말씀을 노래처럼 읊으셨다. 

오전에는 아이를 보다가 출근길에 엄마한테 맡겨두고 나가서 하루 종일 떠들고 부랴부랴 퇴근해서 아이 데리고 집에 오면 밤 9시 30분가량이 되었다.  종일 엄마를 기다린 아이는 남들은 잠자리에 들 무렵 다시 활기차게 놀다가 자기 싫은 잠을 억지로 청하는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물론 남편은 퇴근 전이다. 하루 종일 나도 힘들었지만 거의 매일 12시가 넘어 퇴근하는 남편한테 힘들다고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토요일은 아이를 데리고 몇 시간만이라도 피해 줘야 하니 나 혼자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지하철로 갈 수는 곳이면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     






아이를 혼자 보는 것 때문에 불만이 큰 건 아니었다. 나는 교육에 (엄마표) 관심이 많은 엄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야 무언가를 해 줄 수 있을 텐데 시간이 너무 없었던 나는 집에 오면 신발만 벗어둔 채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준다고 혼자서 부산스러웠다. 게다가 남편은 내가 아이에게 이렇게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지금 생각해보면 안 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전투적으로 매달렸던 것 같다.) 그렇게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고요한 밤이 되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어떻게 하든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어서 이러는데 도와주기는커녕 색안경을 끼고 보는 남편도 미웠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에 있으면서 아이와 함께 여유 있고 우아하게 있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슬펐다. 늘 아등바등 거리며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삶이 초라해 보였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모든 것이 짜증스러운 건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럭 화를 냈다. 엄마의 알 수 없는 화를 다 받아준 건 아이였다. 어릴 때야 그럴 일 없었지만, 아이가 크면 클수록 잔소리가 늘어가고 때로는 버럭증이 튀어나와 아이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내게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번 화가 나면 길길이 날뛰었다. 게다가 나의 직업은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그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고 심지어 버릇없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내 아이 대하듯 크게 야단을 칠 수가 없었다. 슬프게도 내게 오는 아이들은 최대 갑인 고객님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르 척하고 눌러 왔던 내 감정이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우리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보는 순간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훈육이 아니라 그냥 감정풀이였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야근하는 날은 일해야 해서 늦고, 어쩌다 일찍 끝나는 날은 한잔 해야 해서 늦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부부가 같이 각자의 시간을 헌납해야 할 텐데 남편은 그냥 혼자 살 때랑 다름없는 자기 생활을 유지 하지는 것 같아서 얄미웠다. 쑥스럽다는 핑계로 옆에서 아이를 다 키워주시는 장인, 장모님께 말 한마디 표현하지 않는 것이 섭섭했다. 그렇다 보니 남편에 말에 거슬리는 게 있으면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싸움을 피하고자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말한다 하지만 표정은 없다. 그러다 뭔가 걸리는 날이면 불이 한바탕 뿜어지니 그 옛날 생글생글 웃었다는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 일까? 내가 그랬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기쁨과 슬픔, 즐거운 일과 짜증 나는 일이 주어진다.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을 때야 별 상관없지만 슬픔과 분노, 짜증이 날 때는 그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하는 자제력이 필요하다. 화가 난다고 바로 그 감정을 표출하지 말자. 내가 무심코 뱉어버린 말에 아이가 상처 받고, 남편과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남들에게는 말하지도 못하면서 내 가족한테는 그토록 모진 말을 거침없이 하다니 나는 참으로 어리섞은 사람이다. 내뱉어 놓고 후회를 되풀이하는 그런 삶을 살지 말자. 내 감정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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