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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바비앙 Jul 20. 2020

나는 예쁘다.

추억

결혼 적령기가 되니 친구들이 하나씩 결혼을 하고 어느새 나만 홀로 남았다. 서른이 넘도록 남자 하나 안 만나고 있는 내가 걱정되셨겠지만 그렇다고 부모님 내게 만남을 강요하지도 않으셨다. 동생들은 다들 결혼할 남자가 있었지만 엄마는 내가 서른이 되도록 사람을 못 만나면 그때 동생들 결혼을 생각해 보시겠다고 하셨으니 동생들 입장에서는 내가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똥차였다.   


2007년 9월의 첫날 친구가 주선해 준 소개팅 자리에 마지못해 나가기로 했다. 친구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 소개해 주는 것이니 부담 없이 만나보라며 떠다밀었다.

고백하자면 그렇게 남자를 만나는 게 싫었던 건 나의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나에 대해 자신이 없었나 싶지만 그 당시는 그랬다. 곱슬머리, 작은 눈, 오동통한 몸매, 그 어떤 것 하나 외향적으로 나를 뽐낼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은 소개팅에 나가 짝도 잘 만났고,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기도 했으며, 헤어지면 또 다른 누군가를 잘도 만났다. 나는 그럴만한 재주도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소개팅에 나가 거절당하느니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몇 번 안 되는 경험이 내게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메시지만 남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친구의 성화에 나가긴 했지만 서둘러 마무리하고 들어올 생각이었다. 약속시간이 되자 전화벨이 울렸고, 바로 한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딱 보기에 예쁜 여자를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불 보듯 뻔한 결과가 보였기에 그냥 돌아가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차 한잔은 마셔야 할 테니 카페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야기할수록 이 사람이랑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만남의 목적이 소개팅이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도 기분 좋은 만남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만 마시고 헤어지려 했던 것이 밥도 먹고 맥주도 한잔 마시는 것으로 이어졌다. 마치 동호회 번개 모임에 가서 새로운 친목을 도모하는 느낌이랄까? 모처럼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는 생각이었다.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아무런 사심이 없었기에 쿨 하게 헤어질 각오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나에게 애프터를 신청을 하는 게 아닌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앞이 깜깜해져 왔다. 바보같이


“제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요..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면 안 될까요?”  


소개팅 나가서 무슨 고해성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촌스럽게 안절부절 거절도 아니고 오케이도 아닌 어정쩡한 말을 남기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분명히 예의상 한 말일 텐데 나 혼자 오버하는 게 아닌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 뒤 예의상 애프터 신청하신 거라면 그러실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남자는 그런 거 아니라며 한 번 더 만나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들의 만남이 이어졌고, 이 남자는 나의 첫사랑이자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연애를 함으로써 나 자신이 못생겼다는 자기 비하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남편은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었고,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더 예뻐지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해 주니 이제는 내가 정말 예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흔이 넘어가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타고난 생김새가 아니라 내 삶에 대한 생각, 행동, 마음가짐들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단순히 외모가 예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중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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