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림책으로 글을 씁니다.
“ oo 이가 싱가폴 국립대학 들어갔대. 학교 순위가 어마어마하네. 누나한테 축하 톡 하나 보내 드려.”
나에게는 손위 시누이가 두 분 계신다. 남편이 늦둥이인 관계로 나와는 나이 차이가 더 나서 그런지 집안의 큰일이 아니면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런 사이는 아니다. 오늘도 집안의 축하할 일이 생겨 연락이 왔다.
바로 위 누나, 우리가 결혼 하기 바로 전 해 겨울,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과감하게 기러기행을 택하셨다. 큰 아이가 7세 때 갔으니 벌써 10년도 넘게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엄마 아빠의 희생에 보답하듯 아이는 국제적으로 이름이 높은 대학에 입학했음을 알려왔다. 유학 간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 과히 집안의 경사라고 할 수 있겠다.
“ 우리 딸도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누나한테 축하 인사 보내라는 말 뒤에 남편이 하는 말이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며칠 전 우리 부부는 아이 교육문제로 언성을 높였다. 나는 아이 교육에 열성이라면 열성이고, 남편은 공부는 저 하기 나름이라며 뭐라도 시키려고 들면 늘 반기를 드는 편이다. 좋은 대학을 보내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포트폴리오를 짜야한다고 하고, 이름 있는 유명 학원은 레벨 테스트 보는데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게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다. 어느 동네는 일찍이 불이 활활 타오르거늘, 학군이 좋지도 않은 동네에 살면서 공부하는 학원 하나 제대로 안 보내고 있는 실정인데 , 개천에서 용 안 난다는 요즘을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앞뒤 가리지 않고 공부만 외치는 것도 아닌데 아이에게 공부 좀 시키면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면 뽀로로 달려 나와 엄마가 아이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불안해해서 그런다며 애 앞에서 엄마의 말을 뭐처럼 뭉개 버린다.
집안의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고 기쁜 것도 있지만,
좋은 학교에 들어간 조카도 부러웠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 자식을 들여보낸 엄마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형님은 더 부러웠다. 부러움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뒷받침해 줄 수 없는 나의 경제력이 우울했고, 태연하게 걱정 말라고 하는 남편이 미웠다. 오전까지 평화로웠던 내 기분은 갑자기 찾아온 문자 하나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내가 극성이라고, 속물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이런 기분 저런 기분 모두 다 내 감정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시간, 하필이면 책 제목이 ‘오늘 내 기분은...’ 이다.얄궃은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뭐라도 끄적이고 싶게 만드는 게 찰떡이 따로 없는 주제가 나왔다.
주인공에게 동생이 생기게 되었다. 기분이 어떻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각자 한 마디씩 한다. 슬플 것 같다는 친구, 화가 날 것 같다는 친구, 행복할 것 같다는 친구.... 잠자코 이야기를 듣더니 모두 다 맞는 말이라 외친다.
어떻게 한꺼번에 그런 기분을 다 느낄 수 있냐는
친구들에 질문에 주인공은 그게 오빠가 된 기분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내게 어떻게 그런 기분이 한꺼번에 다 드냐고 물으신다면 결혼한 여자라서, 자식 있는 부모라서 가질 수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책 속의 주인공은 행복감 했지만 나는 진정으로 기쁘게 생각하는 것보다 부러운 게 더 크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오늘 내 기분은 꿀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