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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거나 Apr 13. 2021

기다리는 삶

'나는 개다'를 읽고

신간이 나왔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백희나 작가님의 책이다. 알사탕을 읽은 후 그녀의 옛 작품을 거꾸로 구매했다. 2017년 알사탕 이후 접하게 된 2019년에 탄생한 '나는 개다' 사탕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일까? 상대적으로 알사탕에 비해서 많은 사랑은 받지 못한 책 같다. 그래도 나는 어린 동동이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개다'를 먼저 읽어 준 뒤 초등학생이 된 동동이를 만날 수 있는 ' 알사탕'을 읽어주는 것도 좋고, '알사탕'을 먼저 읽어준 뒤 '나는 개다'를 어줘도 된다. '알사탕'과 '나는 개다'는 매우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나를 위해 읽는 것이든, 아이의 교육을 위해 반자발적으로 읽어주는 것이든  이왕 접하는 것 두권 다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개다에서 나오는 구슬이는 알사탕에서 하품만 하는 늙은 구슬이가 아니다. 지나가는 모든 것에 돌적인 관심을 보이며 들이댄다. 동동이의 목줄에 끌려 다니는 늙은 구슬이가 아니라 구슬이의 목줄에 할머니가 끌려 다니면서 산책을 하는 역동적인 구슬이, 구슬이가 활발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 구역의 왕 엄마 방울이의 엄마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뼈대있는 가문의 후손 구슬이

해마다 새끼를 낳아서 구슬이의 형제자매가  꽤 된다고 미리 예고를 해주고 방울이의 자식들을 보여줘도 아이들이 일제히 "와!"하고 놀란다. 자기들  생각보다 방울이가 새끼를 정말 많이 낳았나보다. "와! 진짜 많다. 구슬이 어딨어요? 잘 안 보여요!" " 여기 있어 여기!" "어디요?"  구슬이를 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똘똘 뭉친 아이들 때문에 구슬이를 실물 화상기로 확대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줌 아웃을 하고 다른 강아지들을 보여준다. 강아지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이 페이지에서 꽤 오래 머문다. ' 나는 개다'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다. " 우리 집 강아지랑 닮았다/ 할머니네 강아지다/ 땡이가 제일 예쁘다/ 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은데 부모님이 안된데 등등"  우리는 강아지의 종류를 탐구하려고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닌데 한참을 감상하게 되는 페이지다. 아이들은 참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가 아니지만 코끝이 가장 찡해지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아이들도 조금 숙연해지기도 한다. 아빠는 출근하고 동동이는 어린이집 가고 할머니도 나간 집에서 동동이가 하는 일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진다.

가족을 기다리는 구슬이

외식을 하기 위해 강아지를 집에 두고 식구들이 모두 나갈 때, "끼잉" 하고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알기에, 잠깐의 떨어짐이지만 식구가 들어오면 왜 이제 왔냐고 꼬리를 흔들며 안기는 그 강아지를 알기에 구슬이의 기다리는 하루가 너무 슬펐다.

 아직도 야무지게 머리를 못 감는 자식을 보며, 신발끈을 못 묶는 아이를 보며 속으로 답답하지만 기다리면 나아지겠지 하고 도를 닦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나의 이 기다림보다 구슬이의 기다림이  고되고 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구슬이 곁에는 긴 기다림의 끝에 달콤한 사랑 같은 존재 동동이가 있다. 오지도 않을 주인의 사랑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강아지들의 수가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울이 엄마의 자식들이 모두 구슬이처럼 어디든 당당하게 보호받으며 사랑받고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사랑스러운 동동이외 구슬이..침대에 똥을 싼 구슬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궁금하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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