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담임이 아닌 선생님이 돌아가면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행사를 했을 때이다. 벌써 7년 전이다. 수석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권윤덕 작가님이 그린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읽어주셨다. 다른 선생님이 읽어주는 것이 아이들은 신기했는지, 아니면 수석 선생님의 부드러운 음성에 아이들이 반했는지 내가 책을 읽어줬을 때 보다 더 집중했다. '아니 내 말보다 다른 선생님 말을 잘 듣는다 이거지? 어헛 이것 봐라? '묘한 질투심도 일었지만 나도 모르게 이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제주도 꼬리 따기 놀이를 권윤덕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을 접한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오늘 제주도 꼬리 따기 놀이의 뜻을 이제야 찾아보았다. 꼬리 따기 놀이는 문답이나 설명으로 시작해서 말꼬리를 이어가며 부르는 말놀이라고 한다. 일종의 끝말잇기 같은 것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다와 같이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시리동동 거미 동동 거미는 하애~ 하얀 것은 토끼, 토끼는? 어떻게 될까요? (직접 책을 빌려서 사서 확인해보세요 ^^ 이 책에 대한 지분은 1도 없지만^^정 답답하신 분은 유튜브에서 시리동동 거미동동 쳐보시면 노래가 나옵니다.) 3장 정도 읽어주면 아이들은 금세 말의 끝이 이어지는 규칙을 발견한다. 그다음부터는 같이 다음 장면을 추측하면서 읽는다. 까마귀는 검다, 검은 것은? 그다음 뭘까요? 물어보면 각양각색의 답이 다 나온다. 먹구름, 밤, 팥... 등 그다음 장에 자신이 생각한 정답이 나오면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 에잇 저게 뭐가 까매 불만을 토론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책은 수수께끼를 맞추듯이 아이들과 읽어갈 수 있다. 그리고 한번 더 읽어주면 기억력 테스트를 하면서 읽을 수 있다. 푸른 것은 뭐라고 했지요? 하면서 말이다. 다음 장의 내용을 정확하게 아이들은 기억해낸다. 방금 한 말도 잊어 먹는 41살의 뇌가 팽팽하게 잘 돌아가는 8살의 뇌가 몹시 부러운 순간이었다. (나도 한 때는 암기의 왕이었는데 세월이 야속해! )책을 두 번 읽고 유튜브로 시리동동 거미동동 노래를 메기도 받는 형식으로 부르며 오늘의 그림책 수업을 마무리했다. 거의 20살이 된 책이라고 하니 아이들이 눈이 동그래졌다. 책이 나이가 많아 지금의 세대와 맞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책은 반복되는 어구에서 느껴지는 리듬감 때문인지 여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내일도 한 번 더 노래를 틀어줘야겠다. 그림을 그리면서 "낮에도 피어도 꽃이고 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를 흥얼거리는 아이들이 많다. 왠지 이 노래를 틀어주면 당분간은 그림을 그리면서 "시리동동 거미 동동 왕거미 거미줄은 하얘, 하얀 것은 토오끼~"하면서 흥얼거리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수능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노래를 듣는 것을 금지합니다. 자칫하면 링딩동처럼 수능 금지 곡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