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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거나 Apr 09. 2021

엄마와 그림책

엄마를 읽고-엘렌델포르주 글/캉탱 그레방 그림

'우리는 그림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에서 이번에는 주제가 툭 던져졌다. '엄마와 그림책'? 주제가 던져졌을 때는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묵묵히 일만 하는 가족들이 말만 하면 뚝딱 해버리고 가족들은 점점 돼지로 변해가는 그 장면이 너무 강렬해서였는지 부인만 묵묵히 일하는 장면들이 너무 화가 나서 처음에 떠올랐던 것 같다. 무슨 그림책을 쓸까 고민하던 차에 추천작이 단톡 창에 떴다. 엘렌델포르주 글, 캉탱 그레방 그림의 '엄마'였다. 그림책을 다른 직업군에 비해 많이 아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참여하 있는 그날그날 그림책으로 글쓰기 모임 단톡 방에 참여하면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좋은 그림책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에  매일 나는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 역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옛 속담이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책은 31명의 다르지만 똑같은 여자이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쌍둥이 엄마는 아니었지만 신생아인 딸을 먹이고 재우면서 눈밑의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앉던 육아 고행기가 떠올라서 공감이 갔다.

흡혈귀, 거머리, 시간의 도둑, 삶을 집어삼키는 자, 이번에도 너희가 이겼어.

대한민국에 태어나 30대 초반에 아이를 낳고 40대에 10살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란 엄마는 전쟁의 불안에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다.  비가 오지 않을 때 배고픔을 견뎌야 하는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엄마라서 척박한 아프리카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처한 상황과 언어와 모습은 다르지만 하나 그들과 똑같은 마음이 있다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생의 크기가 조금은 다를지라도 그 마음이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다. 희생하는 엄마와 다른 나의 모습을 변명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나도 우리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이 책에서 어떤 장면이 제일 슬프냐고 물었다. 항공사인듯한 엄마가 아이 헤어지는 장면이라고 했다. 엄마가 떠나면 나쁜 거냐고 물어봤다. 나쁘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엄마냐고 물어보니 따뜻한 엄마라고 딸아이가 웃음을 지으며 와락 안겼다. 작은 눈이 웃으니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엄마란 단어는 참 묘한 것 같다. 이 단어만큼 강력한 단어는 없는 것 같다. 내가 뭐라고 누군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란 말인가?

 나도  청춘에 일찍 시집 와서 세 자녀를 키운, 우리 엄마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무뚝뚝한 딸이 엄마 생각에 눈물이 맺힌다. 내일 엄마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야겠다.

세월호가 떠올랐다.

엄마와 그림책, 옹알이 밖에 할 줄 모르던 딸과 나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던 숨통 같은 매개체가 그림책이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전집을 들여서 딸랑이를 흔들어주며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알 수 없지만 아이의 눈을 맞추며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온 종일 보냈다. 내겐 유치하기만 했던 그림책이지만 아이는 엄마라는 존재가 읽어줘서 그런지 생글생글 웃으며 화답해주곤 했다. 그러던 아이가 글씨도 모르면서 그림책을 조그만 입으로 내가 한 말을 기억하면서 또는 상상하면서 읽을 때의 기쁨은 사랑이란 단어의 형체가 이런 모습이구나를 깨닫게 해주었다. 지금은 글씨를 알고 그림책을 가끔씩 뒤적거리는 10세가 되었다.  그림책은 나와 아이가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같은 지향점을 갖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지금와서는 전집말고 낱권의 정성스러운 그림책을 들일껄 후회는 되지만 나도 전집으로 글자를 배웠고 소통을 배웠던 것 같아 예전에 들였던 전집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야겠다.

 엄마와 그림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엄마보고 절대 자기 학교에 오지 말라는 우리 딸을 보면 엄마와 그림책 관계보다 우리 사이가 끈끈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 사랑의 끈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아도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암적으로 알고 있다. 그림도 제법 그리는 내 딸이 그림책 작가가 되면 너무 큰 바람일려나?

그리고 보니 아빠가 없다 ㅎㅎ교보이벤트에 응모한 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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