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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바비앙 Jun 22. 2020

성공이란 무엇일까?

여자 나이 마흔


 “계집애들은 시집가면 그만이야” 

우리 할머니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우리 엄마는 별 영양가 없는 딸을 셋이나 낳으셨고, 나는 그중에 첫째로 태어났다. 아들을 못 낳은 구박을 수시로 받으셨지만 엄마는 절대 굴하지 않으시며 우리에게 너희들이 크면 이런 소리 안 들어도 되는 세상이 올 거라며 거침없이 행동하라고 하셨다.      

어릴 적엔 한 번씩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할머니의 말이 듣기 싫어 동생들을 데리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고, 사춘기 시절엔 반항이라는 것을 해 본 적 없던 내가 유일하게 할머니한테만은 입바른 소리를 해댔다. 아들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인지 모르겠지만 이다음에 성공에서 우리 엄마가 받았던 설움을 꼭 갚아주겠노라 다짐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안 하는 말 잘 듣는 착한 딸, 부모님이 안 계셔도 동생들 잘 챙기는 야무진 첫째, 이것만으로도 우리 부모님은 나를 항상 든든하게 생각해 주셨다. 잘못한 일이 있어도 절대 동생들 앞에서는 야단치시는 법이 없었고, 간식을 주셔도 항상 언니니까 먼저 줘야 한다며 동생들한테 언니의 위신을 정확하게 세워주셨다.

그렇게 혜택을 받고 자라온 나는 내가 잘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나도 모르게 생긴 것 같았다. 





내가 잘되어야 한다는 건 무엇일까? 이 나이쯤 되고 보니 잘 된다는 것의 척도가 경제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인생에 전부는 아니지만 그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일이 생기는 건 맞는 것 같았다. 돈이 많으면 부모님께 넉넉하게 용돈도 드릴 수 있고, 맛있는 것, 좋은 곳을 구경시켜드리는 것에 있어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맘 놓고 할 수 있을 테고, 혹여나 친한 친구나 동생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집, 멋진 차, 세계여행, 아이의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지원금,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기부금 등, 내 주머니에 꿰차고 있을 궁리만 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풍요로움은 얼마든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나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잘 벌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건가? 나란 사람은 1인 자영업자나 다름없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한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겼기에 ‘사업가’가 아니라 ‘교육자’라는 마인드로 살아왔다.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지인이 그랬다.     

“너 같은 사람은 딱 학교 선생님 해야 하는 건데.....” 

나 같은 사람이라는 게 정확하게 어떤 건지 말할 수 없지만 지인의 말뜻엔 ‘돈’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몇 달씩 레슨비를 안 주시며 아이는 보내는데 차마 레슨비 달라는 말을 못 했었고, 결국 그 부모님은 야반도주를 하셨던 일도 있었다. 수업료를 못 내면서도 아이를 보낼 때는 비록 경제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자식 교육만큼은 꼭 시키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이 있으셨기에 미안함을 무릎 쓰고 보내셨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알면서 수업료 안 냈으니 아이 보내지 말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그저 형편이 괜찮아지면 생각해 주실 거라는 막연한 믿음만 가질 뿐이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한데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돈 많이 벌었다고 꼭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도 따라온다.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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