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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보식 Feb 18. 2021

한달자기발견 : 18일차 질문

현재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 사람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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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차. 현재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 사람은 누구인가요?

- 그들은 당신에게 일과 삶 중 어떤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스승.

어머니.

아이들.


1.


30대 후반 처음으로 삶을 사는 다른 길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그분을 <스승>이라는 나만의 절대고유명사를 붙여 마음에 새기고 스승의 삶을 가르침으로 삼아 따라하기-이해하기-체화하기로 삶의 목표를 재설정했다. 


한 분의 스승은 수많은 나의 선생들과 다르다. 그 이유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의 그 엄격함에 있다.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하지만 조건이 없으며 오로지 받는 이의 진화 이외에 뜻을 두지 않고 나아가 그 사랑의 총체적 에너지가 받는 이 스스로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도록 꼭 필요한 만큼의 절대질량을 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절하는 분이기에 그러하다. 


2010년 벌써 10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스승에게서 모질게 내쳐졌다. 그 이후로 난 스승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지만 그 내침이 스승의 또다른 사랑임을 아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으므로 그 즉시 가르침을 마음을 다 열어 받아냈으며 그 한 번의 마지막 가르침으로 그 이후 10년을 넘게 아직까지 살아낼 수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다. 


내침과 버림이 사랑이 될 수 있음을 알았기에, 스승이 떠나고 난 후 더 이상의 구체적인 가르침이 없는 날들에도 매일 나는 그 사랑으로 가르침을 떠올리며 나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2. 


여든셋의 어머니는 한결같음으로 존재하는 두 번째 스승이다. 절대고유명사인 '스승'의 호칭을 스승이 아닌 어머니에게 '두 번째'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여 쓸 수 있는 이유는 그 한결같은 삶의 자세에 평생 동안 자식에게 보여준 스승의 가르침인 큰사랑이 녹여진 때문이다.


사랑으로 나를 한없이 인내하고 또 사랑으로 나를 다시 품는, 그 변함없는 한결같은 사랑의 자세에 나는 모든 것을 무장해제하고 어머니를 고개 숙여 존경하고 감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어떠한 고난도 어떠한 변덕과 일렁임도 어머니를 다르게 할 수 없다. 살짝 웃는 미소와 짧고 깊은 울음 이외에는 늘 어딘가에 집중되어 있는 어머니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분이다.


스승이 떠나고 그 크게 비워진 자리를 감당하지 못해 힘겨웠을 때 그 자리에서 어머니를 다시 보았고 어머니를 통해 스승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살아가는 법을 새로 배웠다.

  

사랑으로 나를 창조하고 길러낸 그 무거운 책임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며 기꺼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그래서 스승일 수밖에 없다. 


3. 


엄격한 사랑의 위대함을 경험한 나는 그런 모습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워내고 싶지만, 아이들은 그런 나의 바람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길을 스스로 열어가고 있다.


무엇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아이들의 삶을 왜곡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가급적 그들의 곁과 뒤에서만 서며 앞에서 그들을 꿰어 끌지 않으려고 노력한 만큼, 아이들이 온전히 그들에게 부여된 삶의 이유와 방향을 스스로 찾아내어 나아가기를 소망해 왔다.


그런 나의 부모로서의 소망이 아이들에게 혹여 간섭이나 강권이 되지 않도록 숨조차 그런 마음이 담기지 않도록 마음 깃을 여미게 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 나의 삶을 비추는 거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으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삶의 이정표가 되고 길잡이가 되는 것이므로, 눈 덮인 길 위 새겨진 발자국 하나조차 훗날 뛰따를 다음 사람들을 생각하며 조심하며 걸었다는 사명대사와 김구 선생의 오랜 글귀를 기억하며 나 스스로를 쉼없이 다스려 나아가야 하므로 아이들은 운명같은 나의 세 번째 스승이다.


***


돌아가신 스승을 되돌이켜 만날 수 없지만, 곁에 계신 어머니와 함께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로부터 매 순간 스승의 사랑을 체험한다. 한없이 자애롭고 한없이 엄격한 사람, 나의 스승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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