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 때의 일이다.
한 신인 작가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기자회견에서의 발언 때문이다.
아쿠타가와상 수상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文書生成AIを駆使して書いた小説でして、全体の5%くらいは生成AIの文章をそのまま使っているところがある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쓴 소설로, 전체의 약 5% 정도는 생성 AI의 문장을 그대로 사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AI를 이용한 수상작은, 국내에도 2024년 7월에 번역된 ⟪도쿄도 동정탑⟫ 이며 신인작가의 이름은 구단 리에다.
AI를 이용한 작품의 수상은 논란을 일으켰다.
AI가 문장을 생성한 작품이 일본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자연히 생겼다.
'혹시 나도'?
구단 리에의 수상 뉴스를 듣기 전이다. 인공지능이 한참 화제였을 때 AI의 소설 창작 능력이 궁금해 챗GPT를 이용한 글을 생성한 경험이 있다. AI로 소설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고 말 안 듣는 소를 억지로 끌고 가는 기분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특정 작가 스타일로 소설을 작성해달라는 프롬프트 역시 그 결과가 신통찮았다. 특정 작가의 문체가 아닌 작가의 양념을 15% 정도 뿌린 글이란 느낌을 받았다.
구단 리에의 기자회견 이후 AI로 문학상을 수상하다니 부당한 수상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많았다. 논란으로 인해 심사위원 중 한 명인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도 본인 계정에 입장을 밝히는 트윗을 올렸다.
구단 리에 씨의 수상작이 AI를 활용해 작성됐다('약 5%는 원문 그대로인 문장')라는 소문이 오해된 채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작품 중에 생성 AI가 등장하는 그 부분의 이야기일 뿐, 작품의 문장들이 AI로 생성되어 어디에 사용됐는지 모르게 섞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AI 활용 방식에 관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되겠지만, 『도쿄도 동정탑』은 그런 경우가 아니라서 심사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이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어제 저녁 수도권 뉴스의 인터뷰는 아쉬웠습니다. 인터뷰어들은 작품을 제대로 읽고 이 문제에 대해 질문했으면 좋겠습니다.
https://x.com/hiranok/status/1748133113753113064
이 트윗을 올렸음에도 내용은 안읽고 AI로 소설을 창작하다니 불공정한 수상이라는 반응이 꽤 있었다.
그래서 2월쯤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가 또 다른 링크를 올린다.
도쿄신문에서 수상 논란의 당사자인 작가 구단 리에와 심사위원이었던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를 직접 취재한 기사의 링크다.
구단 씨는 본지 취재에서, 챗GPT의 문장을 사용한 것은 등장인물의 질문에 대해 AI-built가 대답한 부분에만 국한되며 "지문은 모두 창작"이라고 설명했다. 5%라는 수치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에서는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단행본 1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어서 과장된 발언이었다"고 정정했다. 또한 "AI-built를 등장인물처럼 등장시켰기 때문에 취재의 일환으로 생성 AI에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AI를 사용할 이유가 있었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https://www.tokyo-np.co.jp/article/310036?fbclid=IwY2xjawJYtWJleHRuA2FlbQIxMAABHZMgrdqBhMyqo2Oqszgc8NPAxM1zI3rSu6_vi3gmjW3B_E5QrBSTWh0HiA_aem_2d7p27xpaARbauqkrJ2TQw
도쿄신문의 기사는 현재 유료 기사로 바뀌어 전체 기사를 읽을 수 없지만 당시 읽은 기억으로는 구단 리에의 수상 논란 이후 AI를 사용한 창작에 대비해 출판 편집부 및 문학 공모전에서 AI 를 이용한 창작을 제한 또는 금지를 하는 규정이 생겼다는 취재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작가 구단 리에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더 보았다.
이번에는 광고 회사의 의뢰로 95%를 AI가 창작하고 5%를 소설가가 보충하는 기획으로 소설을 잡지 《광고》에 투고했다는 내용이다.
소설이 실린 잡지의 기사를 직접 보지 않아 정확히는 확인할 수 없지만 소설뿐 아니라 소설을 창작하기 위한 과정 즉 프롬프트도 잡지에는 같이 게재되었다고 한다.
〈그림자의 비影の雨〉는 전체 4천자의 소설이며 본문을 출력하기 위한 프롬프트는 소설의 5배 분량인 20만 자라고 한다. 인공지능을 의도대로 출력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온전히 창작에만 쏟는 것이 훨씬 유용하고 효율적이다.
구단 리에는 수상작이 한국에 출간될 당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쿄도 동정탑⟫ 창작에 필요한 취재는 AI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창작에 필요한 도구로서는 인공지능이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황석영 작가 역시 챗GPT를 이용해 작품에 필요한 문서를 요약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다만 이번 작품 〈그림자의 비影の雨〉는 95%나 AI의 문장을 사용하는 기획이었기 때문에 구단 리에가 쓰는 소설은 앞으로 AI를 이용한 창작 또는 표절의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염려도 든다.
당장 히라노 게이치로의 해명 트윗이나 이후 구단 리에를 취재한 후속기사도 제대로 읽지 않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구단 리에가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잡지 《광고》의 기획 소설 〈그림자의 비影の雨〉 발표 이후 출간 기념 이벤트에서 챗GPT와의 대화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칭찬과 함께 소설가로서 능력을 의심받기 시작했어. AI에 의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작가라는 인식이 생겨버렸어'라며 AI를 이용한 창작으로 주목받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웹소설 작가가 AI를 이용한 창작을 하다 AI가 해당 소설을 학습, 나중에 올라온 다른 작가의 웹소설과 문장이 매우 흡사해 결국 연재 사이트에서 작품을 내렸다는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또한 AI로 도무지 출력할 수가 없는 모 웹소설을 AI 판독기로 검사해 보니 AI 일치율이 매우 높게 나왔다는 결과를 본 적도 있다.
작가들 중 본인이 쓴 소설을 AI로 창작하지 않았냐고 의심을 받아 화가 난 경험이 있다는 이들도 있다.
근래에는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에게 AI로 그린 그림이 아니냐며 시비를 걸어, 창작자가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 작업 과정과 레이어를 공개하면 AI로 학습하는 무서운 이들도 생겼다.
창작물이 AI 작업물로 의심받아 그걸 증명하고 증명을 하면 AI로 학습하고 AI 표절검사기는 온전한 인간의 창작물을 또 표절로 판명해 그걸 또 증명해야 하는 악순환.
무서운 시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