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와 가족〉
세가에서 발매한 〈용과 같이〉 시리즈는 거리에서 전도를 하기엔 너무 위험해 보이는, 살갗에 그림을 잔뜩 그린 아저씨들이 등장하는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다.
밝은 길을 택했다면 영상 속 아저씨들의 원래 직업처럼 예능계에서 보았을지 모르지만 이들이 활동하는 곳은 어둠의 세계다.
윗도리를 까고 회칼처럼 생긴 날붙이로 회 대신 사람을 요리한다. 때로는 화약 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흉터는 훈장이며, 복역은 약속된 금빛 미래다. 가부기초를 나다니는 겁 없는 젊은이를 주먹으로 타이르고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의리의 야쿠자, 멋있는 야쿠자, 강한 야쿠자.
비열한 야쿠자, 찌질한 야쿠자, 허접한 야쿠자도 무수히 나오며 야쿠자는 행복할 수 없다는 불문율 아래 권선징악적 결말을 표방하지만, 그래도 게임에서 주인공 야쿠자는 멋있다.
과연 그럴까.
〈야쿠자와 가족〉의 주인공인 시바자키구미의 조직원 야마모토 겐지는 〈용과 같이 7〉의 주인공, 동성회의 조직원이었던 카스가 이치반과 꽤 비슷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고 치기를 부리다 야쿠자에게 끌려가 히로시(아라카와 마스미)라는 시바자키구미(아라카와조)의 조장에게 구출이 된 후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리고 모종의 사건으로 복역해 14년(10년)이 지나서 2019년 출소하는 것까지.
하지만 겐지 앞에 놓인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조직에서 겐지는 아직도 막내였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조직은 동성회가 아닌 쇼오카이며, 소속된 곳은 그 하부조직인 시바자키구미다.
야쿠자 사무실에는 피 끓는 젊은이는 보이지 않고 중년만 있다. 그 많은 야쿠자들은 야쿠자 폭력단 대책법 아래 흩어졌다.
거리에는 주먹을 휘두르면 돈을 떨어뜨리는 몬스터인 양아치들은 보이지 않고 시민들만 가득하다.
야쿠자의 돈벌이는 이제 쉽지 않다.
더 불법적이라 위험한 일을 하거나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뱀장어 치어 서리에 손을 댄다.
오랜만에 옛 친구나 동료를 만난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도 공기는 무겁다.
교토에서는 '제발 눈앞에서 꺼져주세요.' 란 의미로 손님에게 부부즈케를 내준다.
옛 친구는 어렵지만 바로 말을 꺼낸다. 여긴 교토가 아니고 야쿠자는 손님이 아니다.
혐오 섞인 눈빛을 소금처럼 던진다.
집기를 때려 부수고 칼과 총을 보는 불상사를 겪게 하던 단골 식당 주인만 모처럼 만난 야쿠자를 반겨주며 어깨를 두들겨준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고 매상을 오랜 기간 올려주던 단골은 더 가까웠으니.
복역 전이라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몇 대 쥐어박을 젊은놈들은 법의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야쿠자를 협박하고 기만한다.
야쿠자와 엮이기만 해도 손가락질 받는 세상이 되었다. 법 무서움을 모르던 하룻강아지들은 법에 따라 납작해졌다.
야쿠자를 그만두면 어떨까. 그래도 그 굴레는 계속된다. 일반인들에게 야쿠자란 존재는 오물이다. 묻으면 안 되는 오물. 오물은 분리수거를 한다. 오물답게 뒷골목에서만 있어야 한다. 일반인의 일자리와 삶을 누릴 인권은 없다.
법이 무섭다. 시선이 무섭다. 고립이 무섭다.
발 디딘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어깨를 나란히 하던 식구의 머리는 하얗게 세어간다.
은행 계좌도, 카드도, 스마트폰도, 보험도 얻지 못하는 야쿠자,
취업을 하려면 손 씻고 5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야쿠자.
사회보장 제도도 그들에겐 꿈이다.
강하지도 멋있지도 않는 야쿠자를 지원하는 젊은 피는 없다.
겐지에게 남은 가족은 파멸을 기다리는 시바자키구미의 야쿠자들 뿐이다.
〈야쿠자와 가족〉은 출소한 겐지를 통해 야쿠자의 현실을 보여주며 진정한 배재에 대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