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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만년필이 쓰기도 좋아

by 백수광부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드라마 〈아수라처럼〉은 1979년 방영된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리메이크작 〈아수라처럼〉

원작의 각본을 쓴 드라마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의 이름은 무코다 구니코(向田 邦子. 1929년 11월 28일 ~ 1981년 8월 22일)다.


무코다 구니코는 만년필 애호가였다.

링크의 블로그에서는 무코다가 애용한 만년필들을 추적한다.

무코다의 애용품은 바로 다른 사람의 손에 익은 만년필이다. 즉 타인의 만년필을 강탈해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드라마의 대사는 홈드라마를 많이 쓰는 탓이겠지만, 어느 정도 빨리 써야 템포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성급한 성격이라서, 만년필은 미끄러짐이 좋고 써서 익숙해진 것이 아니면 대사까지도 평소 리듬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서 초조해진다.
テレビのセリフは、ホーム・ドラマを多く書くせいであろうが、或る程度早く書かないとテンポが出ない。それでなくとも性急(せっかち)なので、万年筆は滑りがよく書き馴れたものでないと、セリフまでいつもの調子が出ないようで焦々(いらいら)する.

상기 링크, 링크에서의 출전은 《無名仮名人名簿》 , 세로 쓰기 모임縦の会
크고 부드러운 문자를 쓰는 사람으로, 쓰고 쓰고 이쯤 되면 버릴까 할 정도로 굵어진 촉의 만년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공갈, 울음, 온갖 수단을 사용해 뺏어버린다. 사용하지 않는 건 미인계 뿐이다.
大きな、やわらかい文字を書く人で、使い込んで使い込んでもうそろそろ捨てようかというほど太くなったのを持っておいでの方を見つけると、恫喝(どうかつ)、泣き落とし、ありとあらゆる手段を使って、せしめてしまう。使わないのは色仕掛けだけである
동일한 출처.

소장품의 출처는

1호기: 영화평론가 시미즈 슌지에게 강탈.

가장 애용하는 기 : 불명. 다른 사람에게 뺏은 약탈품.

2호: 모 부인 잡지 편집부의 민완 기자.

3 호 : 파리에서 구입. (급한 성격과 아래에 소개하는 일화의 만년필로 짐작된다)

기타 : 모 방송국 PD.

구세 데루히코에게서는 10 자루 이상의 잔뜩 길을 들인 파커 만년필을 강탈했다니 참으로 무서운 만년필 도둑이다.

소장품 사진을 보면 흥미롭게도 내가 갖고 있는 플래티넘 개더드도 있다.

무코다가 파리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그는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만년필 전문점이 보여 들어갔다. 오랫동안 남이 길들인 만년필을 강탈했지만, 만년필로 밥벌이하므로 모처럼 새 제품을 사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세로로 글을 쓴다. 국내에서도 세로쓰기가 원칙이었지만 80년대 이후부터 가로쓰기가 정착되었다.

시험 삼아 써봐도 되냐고 물으니, "얼마든지 그러세요"라며 가게 이름이 적힌 편지지를 내밀었다.
나는 이름을 쓰려다가 황급히 지웠다. 희대의 악필이라 일본의 망신이 될까 봐 두려웠다.

"지금 한시치 님은"

나는 큰 글씨로 이렇게 썼다. 조금 뻣뻣하지만 쓰는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금발 벽안의 중년 미녀가 "non"이라고 하며 우아한 손짓으로 내 손을 멈추게 했다.
시필치고는 너무 거칠고 크게 썼나 싶어, 이번에는 작은 글씨로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라고 이어 쓰는 김에

"텐테레츠쿠테레츠쿠텐"

이런 장난기 어린 말을 쓰려던 순간, 금발 벽안은 더욱 무서운 얼굴로 "non! non!"이라며 만년필을 빼앗아 버렸다.

어설픈 영어로 이유를 물어보니 알 수 있었는데, 세로쓰기가 문제였다. "반드시 사주신다면 상관없어요. 하지만 다른 손님들은 가로로 쓰거든요"
(중략)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내게서 빼앗은 만년필로 가로쓰기라면 괜찮다며 직접 글씨를 써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를 잘 알 수 있었다.

試し書きをしてもよいかとたずねると、どうぞどうぞと、店名の入った便箋を差し出した。
私は名前を書きかけ、あわてて消した。稀代の悪筆なので、日本の恥になってはと恐れたのである。
「今頃は半七さん」
私は大きな字でこう書いた。少し硬いが、書き味は悪くない。ところが、金髪碧眼中年美女は、「ノン」
優雅な手つきで私の手を止めるようにする。
試し書きにしては、荒っぽく大きく書き過ぎたのかと思い、今度は小さ目の字で、
「どこにどうしておじゃろうやら」
と続け、ことのついでに、
「てんてれつくてれつくてん」
と書きかけたら、金髪碧眼は、もっとおっかない顔で、「ノン! ノン!」
と万年筆を取り上げてしまった。
片言の英語でわけをたずね、判ったのだが、縦書きがいけなかったのである。「あなたが必ず買上げてくれるのならかまわない。しかし、ほかの人は横に書くのです」
(中略) 
彼女の白い指が、私から取り上げた万年筆で、横書きならかまわないと、サインの実例を示している。それを見ていたら、東と西の文化の違いがよく判った。

https://tsune-atelier.seesaa.net/article/2019-01-04.html


재미있는 일화다.

출처 외의 다른 블로그에서는 펜촉이 상한다는 지적에 대해 세로쓰기를 외국인이 처음 보면 필압이 높아지지 않겠느냔 추측을 한다.

무코다나 블로그 주인의 결론이 아무래도 석연치는 않기에 주변의 만년필 사용자 및 지인들과 이 일화에 대해 얘기해보았다. 아무래도 필압에 대한 우려라기보다는 서구인들의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일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만년필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저 에세이 《無名仮名人名簿》를 읽어보고는 싶지만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라 아쉽다.

국내에 번역되고 절판되지 않은 도서는 단편집《수달 》이다.



작가 무코다 구니코를 기려 만들어진 무코다 구니코 상은 당해년도의 뛰어난 드라마 작가에게 상금과 함께 본상으로 파이롯트사의 특제 만년필을 준다고 한다.

만년필 도둑 무코다 구니코가 세상을 떠난 후 만년필을 나누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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