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즈카 신이치의 《블루 자이언트》
센다이시 히로세가와 제방 위, 하루만 서 있어도 강바람에 얼어붙을 것 같은 이곳에 미야모토 다이라는 소년이 색소폰을 불고 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계속 있다.
봄부터 겨울까지, 맹렬한 더위와 함박눈이 내리는 추위도 다이의 열정을 막지 못한다.
대체 누가 이렇게 연주를 못 하는지 제방 위를 확인하면 예의 그 소년이 있다.
다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는 음악을 재즈라고 말한다.
재즈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3년 동안 제방 위에서 들리는 소리는 끊기지 않는다.
사실 다이는 자신의 실력을 모른다. 음악 이론을 알지도, 악보를 볼 줄도 모른다. 누구와도 같이 연주한 적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재즈 연주자들의 음반만이 그의 교과서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에 와닿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음악에는 승부가 없다. 《슬램덩크》나 《다이아몬드 에이스》, 《캡틴 츠바사》 같은 스포츠 만화와 달리 예술의 세계에 승패는 없다.
그렇기에 음악을 다루는 컨텐츠는 콩쿠르나 대회 같은 승부의 형식을 빌려오거나 그와 비슷한 형태로 긴장을 부여한다.
《블루 자이언트》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음악을 모르는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연주가 어느 정도로 훌륭하거나 형편없는지, 더불어 청중에게 감동을 주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소리 하나 나지 않는 만화에서 연주자와 청중의 반응만으로 음을 상상하게 만드는 방식은 쉬운 일은 아니다.
재즈와 음악에 관심과 지식 하나 없는 사람에게 그러기란 더 어렵다.
연주로 듣는 이를 바라보게 만든다.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음악이 대화를 비집고 들어가 시선을 돌려세운다. 귀를 기울이게 한다.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음악이 여백을 비집고 나와 독자에게 꽂힌다.
마음에 와닿는 연주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안다'.
인물의 표정과 반응, 대화의 연출로 감동을 ‘느낀다.’
실력도 자신은 알지 못하고 이론도 모르며 경험도 없는 다이가 가진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쉬지 않고 노력하며 이것이 재즈의 길이라고 믿는 올곧은 마음이며 두 번째는 마음에 와닿는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센다이 고쿠분초의 재즈클럽에서 들은 음악, 재즈가 다이의 마음을 흔들었듯이 다이의 소리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히로세가와 강둑에서 시작되는 색소폰 소리는 밤하늘 아래 춤추며 강바람을 타고 센다이시를 내달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소리는 달렸다.
다이가 재즈클럽을 알려준 고교 친구를 울릴 때도, 재즈클럽에서 가진 첫 라이브가 실패할 때도, 유이에게 재즈의 기본을 다지는 레슨을 받을 때도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센다이시의 소리는 도호쿠 신칸센에 올라타 바람을 가르며 도쿄에 도착했다.
사와베 유키노리의 피아노, 타마다 슌지의 드럼 소리와 어깨동무를 한 소리는,
재즈 밴드 '잭스'란 이름으로 일본 제일의 재즈 클럽 쏘블루를 향해 뚜벅뚜벅 걷는다.
재즈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들릴 때마다 소리는 고개를 들어 인사한다. 그 인사에 사람들은 이것이 재즈라고 느낀다.
다이의 ‘누군가의 마음에 와닿는 소리를 내고 싶다’라는 이야기는 뒤집어보자면 그만큼 마음에 닿는 소리를 접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에 와닿은 소리는 기억에 남는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를 꿈꾸는 다이의 성장기는 소리를 들은 인물들의 회고이기도 하다.
단행본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보너스 트랙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다큐멘터리 연출처럼
다이와의 만남과 마음에 와닿은 재즈를 말한다.
뛰어난 연출로 다이의 퍼포먼스를 표현하고는 있지만 다이의 연주를 한번 들을 수는 없을까.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작품에 소개되는 각종 명반, 연주자들의 음악을 듣거나 실제 재즈클럽에서 실황연주를 듣는 방법이 있다. 궁금증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극장판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가 그 답이 아닐까.
애니메이션에서는 다이가 도쿄로 상경해 '잭스'를 결성하고 쏘블루를 목표로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상상 속에서만 떠올리던 다이와 그가 속한 재즈 밴드 '잭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OST는 그 자신도 재즈 피아니스트인 우에하라 히로미가 담당했다.
3D 애니메이션의 연출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에하라 히로미의 자작곡과 라이브 연주의 연출은 훌륭하다.
라이브 연주에 한껏 힘을 들였기에 이런 연주라면 정말 마음이 움직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지만 원작의 연출도 뛰어나다.
읽고 있노라면 색소폰 소리가 홀로 있는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마저 든다.
그 어떤 음악 만화의 인물들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다이의 소리를 쫓다 보면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도 무모하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