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면 탐정 물러서면 시체

요네자와 호노부《흑뢰성》

by 백수광부



오닌의 난으로 시작된 전국시대.

그 시대는 사람의 목숨이 하루하루 사라지는 시절이었다.

칼을 들어도 죽고 도망가도 죽는다.

전장에서 떨어져도, 무기를 들지 않아도 죽었다.

수백, 수천, 수만에 이르는 사망자는 감각을 무뎌지게 하고 제 목숨 하나 챙기기도 힘들.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는 시대라 가는 순서도 달랐다.


밀실은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든 아라키 무라시게의 보루인 아리오카성이다.

포위된 상황을 이용해 밀실을 만들었다. 나가려면 죽고 들어오는 자는 눈에 뜨인다.

탐정은 아라키에게 항복을 권하러 온 구로다 간베에.

다케나가 한베에와 함께 '료베에'란 호칭을 가진 지략으로 이름난 책사다.


성안에서 벌어진 수수께끼의 죽음.

노부나가에게 포위된 아리오카 성주 아라키의 마음은 심란하다.

하극상의 시대. 연이은 배신에 이어 기이한 죽음으로 병사들은 대장의 기량을 의심하고 신뢰의 틈이 생긴다.

무사답게 싸우다 죽는 것은 영광이나 배신을 당해 치욕 속에 죽기를 바라진 않았다.

'사람이 곧 성이 성벽이며 해자'라는 다케다 신겐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국시대 다이묘인 아라키의 본능이 위험을 알렸다.

그 본능으로 아라키는 지하 감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는 아라키보다 모략에 뛰어나고 지혜로운 남자 구로다 겐베에가 있기 때문이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든 아라키 무라시게, 그리고 사자로 파견되었다 1년이나 갇히게 된 구로다 간베에.

역사의 빈틈을 메우는 상상이 겨울, 봄, 여름, 가을, 이렇게 네 계절의 연작 단편으로 펼쳐진다.


기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전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라키는 배신의 불안과 의심에 휩여 갈등한다.

그 자신이 하극상으로 출세한 다이묘였기에 하극상을 걱정한다. 전국 무장이면 가질 위기감이다.

아라키의 심리와 그를 옥죄는 상황이 소설의 또 하나의 즐길 거리다.


트릭과 반전이 강점인 소설은 아니다. 이야기의 힘으로 5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을 강하게 끌어간다.

그 덕분에 트릭과 반전을 알아도 읽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전국시대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마지막 트릭에 속지 않으리라.

전국시대를 좋아하거나 요네자와 호노부 또는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기꺼이 권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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