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중국, 새로운 야망

에번 오스노스의《야망의 시대》

by 백수광부


중국이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최란 축포에 불을 붙일 때였다.

바링허우(개혁 개방 이후인 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 세대의 젊은 작가 한한의 인터뷰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에서는 그가 불법 출판물로 인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 인세에 놀랐다. 불법 출판물의 피해를 보면서도 인세 수익이 억 단위였기 때문이다.

중국 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때야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축포를 쏘아 올린 중국은 예전의 중국이 아니었다. 뭘 해도 안될거야라는 생각은 개혁 개방 이후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중국인들은 부와 번영을 향해 날아가는 로켓을 따라 질주했고 그 에너지가 현재의 중국을 만들었다. 8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지냈던 에번 노스워스는 이를 야망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부를 거머쥐려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어떨까. 결혼정보업체에서 살펴볼 수 있듯 이제는 무엇을 가지고 있냐로 서로를 판단한다.

자기계발을 하는 방법 중 가장 대륙을 사로잡은 방법은 영어였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면 이력서가 바뀌고, 배우자가 바뀌며, 시골에서 도시로 갈 수 있다. 영어를 능숙하게 하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의 신도들이 늘어나, '영어를 정복해 중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자'는 자기계발의 최면을 건다.

자기 자신을 믿으면 기적이 창조된다는 믿음이다.


톈안먼 사건 기념일이 막 지난 시점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진실>, 즉 중국어로〈전샹眞相〉을 암호를 사용하여 이 사건에 대해 토론을 벌이던 참이었다. 검열관들이 이런 움직임을 눈치챘고 얼마 후 사람들이 웨이보에서 보다 많은 내용을 찾으려고 하자 다음과 같은 경고 창이 떴다.
<관련 법과 규정, 정부 방침에 맞지 않기 때문에 <진실>에 대한 검색 결과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야망의 시대》 中


중국 정부는 대중을 통제하고 싶지만 자유를 얻은 중국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인들은 '중국 정부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대하면서 아나콘다 밑에서 사는 법을 터득'했다. 무엇을 어겨도 되도, 무엇을 거스르면 안되는지 스스로 뼈 아픈 교훈을 얻거나 보고 자랐다. 그럼에도 호기심을 못 이긴 이들은 아나콘다의 눈을 피해 진실을 찾는다.


그토록 열렬한 기대를 모으고 , 중국일보의 표현에 따르면 중국에서 <헐리우드 영화배우나 NBA 농구선수에 준하는>인기를 끈 인물은 미네소타 출신의 내성적인 인물 마이클 센델이었다.
(중략)
차이나뉴스위크는 2010년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 인사>로 마이클 센델을 선정했다.
(중략)
그는 서울의 야외 경기장에서 1만 4천 명을 대상으로 강연했고, 도쿄에서는 그의 강연 암표가 5백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미 종교에 가까운 헌신의 대상이 되어 있던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이제 그는 또 다른 유명세를 얻었다.

같은 서적 中


한국과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마이클 샌델은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는 사람들과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포산에서는 소녀가 승합차에 치여 길거리에 쓰러진 일도 있었다. 6분 동안 열일곱 명의 행인이 무심히 지나친 후, 폐품과 빈 병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소녀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13억의 부끄러움 섞인 분노는 소녀를 지나친 행인에게 향했다.

포산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혁 개방의 물길은 도시화를 통해 도덕심을 앗아가고, 사람들은 부정부패로 인해 법에 대한 신뢰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함부로 타인을 도우면 패가망신한다는 가르침을 주변에도 퍼뜨리고, 아이들에게도 그리 가르쳤다. 도시화된 사회에 믿을 것은 자신과 가족밖에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측은지심은 사라지지 않다는 증거는 여럿 있다. 기부 문화의 확산, 쓰촨성 대지진 당시의 자원봉사자들, 2022년 장쑤성에서 발생한 인신매매 사건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추적이 그것이다.


<강남 스타일>이라는 과장스러운 한국의 뮤직비디오가 인터넷 역사상 가장 많이 재생된 동영상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예기치 않은 인기몰이를 할 때 중국 예술가들은 자신들이었다면 절대로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거라고 한탄했다. 그들의 작품을 관리하는 문화부 관리들이 첫째로 베이징의 소수 상류층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는 것을 허락했을 리 만무하고, 둘째로 수출용 뮤직비디오란 자고로 웅장하고 감명 깊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터였으니 말이다. 중국 예술가들은 <상하이 스타일>이라는 씁쓸한 신문 만화를 유포했는데 <강남스타일>의 춤 동작을 개발한 사람이 거금을 벌기는 커녕 <미친 듯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는 이유로 정신 병원에 감금된다는 내용이다.

같은 서적 中


중국 정부는 검열을 통해 중국인들을 다스리려고 하지만 그들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공산당과 중국인들의 사이의 믿음 역시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행보는 왜 이럴까 그리고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란 의문을 만든다.


이 책이 국내에 나온 지도 10년이 흘렀다.

중국 청년들이 가장 존경하던 인물이었던 마윈은 정부를 비판한 이후 행방불명되었다 풀려나왔다. 대중들의 선망을 받는 연예인 판빙빙 역시 107일 만에 구금이 풀렸다. 류샤오보는 가택연금 끝에 죽었다.

중국은 이제 저출산과 고령화를 고민하고 있으며, 경기침체는 지속되어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치솟고 청년들은 저렴한 식사 메뉴에 몰린다.

생활 여건이 나빠지는 현재, 야망이 방향을 바꾸어 대륙을 휩쓴다면 중국인들이 언제까 '아마콘다 밑에서' 계속 숨어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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