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멈추시겠습니까

영화 〈라스트 마일〉

by 백수광부

노기 아키코.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 〈MIU404〉, 〈중쇄를 찍자!〉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드라마 작가다.


그가 쓴 드라마 중 동일한 세계관과 연출진의 〈언내추럴〉, 〈MIU404〉 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또한 두 드라마는 OST를 맡은 요네즈 켄시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언내추럴〉은 부자연스러운 사인을 가진 사람들의 진실을 밝히는 법의학물이며, 〈MIU404〉는 제4기동수사대의 두 형사가 파트너가 되어 범인을 쫓는 수사물이다.

〈MIU404〉에서는 〈언내추럴〉의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해 화제가 되었다.

팬들은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두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같이 활약하는 작품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배우들의 몸값이 높아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여겼다.


놀랍게도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MIU404〉의 제4기동수사대와 〈언내추럴〉의 UDI가 한 영화에 출연한다.

그 영화는 〈라스트 마일〉이다.



영화 제목인 라스트 마일은 물류 유통과정에서 고객에게 배송되기 전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거대 쇼핑 사이트 데일리패스트 관동지부에 1년 중 가장 큰 쇼핑 시즌이라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신임 센터장이 온다.

데일리패스트 미국 지부에서 온 후나토 에레나다. 관동지부는 최장근무자는 고작 2년을 근무한 나시모토 코우일 정도로 근속기간이 짧았다. 에레나는 유머와 미국식 합리주의로 무장한 야심만만한 인물이다. 나시모토는 그런 에레나와 다르다. 큰 야심은 없고 때마다 월급을 받는 것에 만족한다.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블랙프라이데이. 에레나가 부임한 그날, 데일리패스트에서 고객에게 배달된 택배 상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사고를 수습하고 테러를 막기 위해 후나토 에레나와 나시모토 코우는 달린다.

이 과정에서 후나토 에레나는 데일리패스트의 일본지부장을 설득하고 배송업체인 양 익스프레스를 압박하며, 경찰에 맞서기도 한다. 인명보다는 실적이 중요하며 사고 대응 또한 위험 관리를 위한 대응이란 인상에 가깝다. 나시모토 코우는 의문을 품고, 관찰하는 캐릭터다.


에레나는 조금씩 변화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 익스프레스로 찾아가고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에레나와 나시모토의 행보로 물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비춘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기는 쉽지 않다.

데일리패스트 본사, 일본지사 본부, 관동지부, 택배 회사인 양 익스프레스, 택배 회사의 사장, 중간 관리직, 배송 기사, 그리고 택배를 받는 고객.

이 구조는 모두가 엮여 있다.


스마트폰의 버튼 하나로 간편하게 물건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시대.

이제는 새벽은 당연하고 심지어 주말에도 배송이 온다. 주문하면 다음 날 오는 세상이다.

점점 더 빠르게, 편리하게 변하고 있다.


이 편리한 시스템에서 컨베이어 벨트는 끊임없이 돌아가야 하고 누군가는 착취당하고 고통에 시달린다. 편의라는 이름이 달린 자본주의의 악마다.


다소 노골적인 메시지는 장르의 작법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며 반전을 거쳐 끝까지 나아가 능숙하게 보여준다.


테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4기동수사대와 UDI가 등장하지만 카메오에 가까운 비중이다. 이들의 비중을 기대했다면 실망을 할 것이다.


극장을 나선 관객들은 데일리패스트 관동지부에서 자연스레 쿠팡과 배달의 민족 같은 특정 업체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주문을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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